식품 데이터에 AI 접목하는 식품연… 푸드테크 산업 기반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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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연구원은 식품 연구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품질을 검증해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AI-ready 데이터 체계’를 구축한다고 6일 밝혔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한국식품연구원은 식품 연구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품질을 검증해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AI-ready 데이터 체계’를 구축한다고 6일 밝혔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식품산업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기반이 잇따라 마련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이 흩어진 식품 연구자료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작업에 나선 가운데, 국회가 여야 합의로 제정한 ‘푸드테크산업법’도 지난해 말 시행에 들어갔다. 법률이 기술개발과 연구시설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다면 식품연의 데이터 체계는 이를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반에 해당한다.

◇ 형식 다른 식품 데이터…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표준화

한국식품연구원(이하 식품연)은 6일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AI-ready 데이터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연구 과정에서 생성되는 자료를 표준화하고 데이터의 품질을 검증해 산업계가 AI 학습과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식품 분야의 데이터는 개별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 연구과제별로 나뉘어 축적됐다. 원료의 △성분과 물성 △가공 조건 △저장성 △안전성 등을 다룬 데이터가 이미 존재해도 데이터의 항목과 단위, 저장 형식이 서로 다르면 한꺼번에 분석하기 어렵다. 데이터의 생산 목적과 실험 조건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경우에는 데이터가 있어도 다른 연구에 그대로 활용하기 힘들다.

식품연은 연구데이터를 공통된 기준에 따라 정리하고 데이터의 생산 목적과 형식 등을 설명하는 메타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할 계획이다. 기업이 필요한 데이터를 요청하면 식품연이 보유한 데이터 가운데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지 자동으로 진단하고 수요에 맞게 표준화해 제공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함상욱 한국식품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식품AI와 데이터 인프라를 국가전략기술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국 식품산업이 식품강국으로 도약할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식품연구원
함상욱 한국식품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식품AI와 데이터 인프라를 국가전략기술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국 식품산업이 식품강국으로 도약할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식품연구원

법률과 계약관계로 인해 활용이 어려운 개인정보와 임상정보, 기업의 영업비밀이 포함된 자료는 실제 데이터를 그대로 공개하지 않고 합성데이터로 바꿔 제공한다. 합성데이터는 원본에 담긴 통계적 특성은 반영하되 특정 개인이나 기업을 식별되지 않도록 만든 데이터를 말한다. 공개하기 어려웠던 데이터를 연구와 제품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보 유출 위험을 낮추려는 조치다.

데이터가 없거나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영역은 과학적 기계학습을 활용해 보완한다. 과학적 기계학습은 물리·화학적 원리와 실제 관측값을 함께 사용해 데이터가 부족한 조건의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모든 조건을 직접 실험하기 전에 가능성이 높은 범위를 좁힐 수 있어 연구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식품연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데이터와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체 실험시설과 AI·데이터 활용 전문인력을 충분히 갖추기 어려운 중소·중견 식품기업이 공공 연구데이터와 분석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면 기업 규모에 따른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함상욱 식품연 전략기획본부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식품AI와 데이터 인프라를 국가 전략기술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라며 “식품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주방과 공장 안에만 있지 않다. 데이터센터와 AI, 공공데이터 플랫폼 위에서 새로운 산업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식품산업이 추격자에서 ‘식품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 여야 합의로 문 연 푸드테크… 데이터 활용 기준은 과제

식품 분야의 AI·데이터 활용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은 국회가 마련한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식품의 생산·가공·유통·소비 전 과정에 AI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등 첨단기술을 결합한 산업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했다.

푸드테크산업법은 식품의 생산·가공·유통·소비 전 과정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산업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뉴시스
푸드테크산업법은 식품의 생산·가공·유통·소비 전 과정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산업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뉴시스

관련 법안은 제21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제22대 국회가 출범한 뒤 국민의힘 김선교·김도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세 법안을 통합한 위원회 대안을 마련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해당 법률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시행됐다.

현행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푸드테크 기술개발과 사업화, 연구시설·장비 이용, 전문인력 양성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현장의 규제 개선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신청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했다. 식품연이 추진하는 AI 데이터 체계도 식품산업과 첨단기술의 결합을 지원한다는 법률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다만 법률에는 공공 연구데이터의 제공 범위와 기업의 이용 절차, 원자료 제공자의 권리 보호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이 담기지 않았다. 식품연의 데이터 체계가 산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려면 데이터 개방과 보호, AI 예측 결과의 검증 기준을 구체화하는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

식품연은 이번 ‘AI-ready 데이터 체계’가 식품산업의 경쟁력과 식품주권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만으로 식품주권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국산 원료의 활용도를 높였는지, 해외 기술 의존을 줄였는지, 중소 식품기업의 연구기간과 비용을 실제로 단축했는지를 성과로 확인해야 한다.

여야는 ‘푸드테크산업법’을 통해 식품산업의 기술 전환을 지원할 제도적 문을 열었다. 이제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 문을 통과하는 데이터의 이용 조건과 책임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식품연의 AI 데이터 체계는 ‘푸드테크산업법’이 선언적 지원 근거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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