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예고됐던 은행권 건전성 부담이 실제 부실여신 증가로 현실화하고 있다. 5대 은행이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대출채권인 '추정손실'이 1조2000억원을 넘어서며 7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기업금융 확대가 요구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2분기 말 추정손실은 총 1조21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567억원)보다 26.6%, 올해 1분기(1조250억원)보다 18.1%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분기 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 연체율 다음은 추정손실…부실이 현실화
추정손실은 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인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가운데 가장 마지막 단계다.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크게 악화돼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여신으로, 은행이 손실 처리를 준비하는 자산에 해당한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 추정손실은 지난해 2분기 말 949억원에서 올해 1716억원으로 80.9%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1178억원에서 1828억원으로 55.1%, 신한은행은 2312억원에서 3421억원으로 48.0% 늘었다. KB국민은행은 2376억원에서 2489억원으로 4.7% 증가한 반면 NH농협은행은 2752억원에서 2655억원으로 3.5% 감소했다.
이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높아진 연체율이 실제 부실여신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기업대출이 대부분…기업금융 확대 '딜레마'
특히 추정손실의 대부분은 기업대출에서 발생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추정손실은 9809억원으로 전체의 약 81%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768억원)보다 26.3% 증가하며 1조원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추정손실도 1794억원에서 2298억원으로 28.1% 늘었지만 절대 규모는 기업대출이 훨씬 컸다.
부실 가능성이 있는 여신도 증가세다. 올해 2분기 말 5대 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10조2177억원으로 1분기보다 9.7%,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했다. 요주의 여신은 통상 1~90일 연체된 대출로, 향후 고정이하여신(NPL)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잠재 부실자산이다.
◇ 생산적 금융 확대 속 커지는 건전성 부담
은행권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내수 부진과 상업용 부동산 경기 침체,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건전성 관리 중요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인상한 이후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금융 확대와 건전성 관리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에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은행들의 기업대출 비중은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출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업종별 위험과 차주의 상환능력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하느냐가 하반기 은행권 건전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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