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라우펜', 유럽 OE 판 흔든다…‘실속형’ 넘어 독립 브랜드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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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펜은 폭스바겐 골프 8 부분변경 모델에 2세대 여름용 퍼포먼스 타이어 ‘에스 핏2’를 신차용 타이어(OE)로 공급했다. /한국타이어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유럽 타이어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은 성능의 타협을 의미한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한국타이어 라우펜이 가격 접근성은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완성차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잇달아 통과하며 단순 보급형을 넘어 독자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체급을 높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라우펜은 최근 폭스바겐 골프 8 부분변경 모델에 2세대 여름용 퍼포먼스 타이어 ‘에스 핏2’를 신차용 타이어(OE)로 공급했다.

골프는 누적 판매량 3700만대 이상을 기록한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이다. 라우펜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기준점으로 꼽히는 골프에 채택된 것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제동과 조향, 승차감, 내구성 등 종합적인 품질 기준을 충족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라우펜은 스코다 뉴 옥타비아를 비롯해 세아트 이비자와 아로나 등 폭스바겐그룹 주요 차종으로 공급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정 모델에 국한된 일회성 수주가 아니라 폭스바겐그룹의 대중형 차급을 아우르는 OE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라우펜의 유럽 OE 영토 확장은 가격이 아닌 ‘검증된 성능’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골프에 OE로 공급한 에스 핏2에는 고함량 실리카 컴파운드와 최적화된 트레드 블록 설계를 적용했다. 젖은 노면 제동거리는 이전 제품보다 약 16% 줄였고, 마일리지 성능은 약 15% 개선했다. 유럽의 잦은 비와 다양한 도로 환경을 고려해 배수 성능과 핸들링, 연료 효율을 균형 있게 끌어올리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가격 접근성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라우펜은 한국타이어의 일부 제품군이 아닌 별도의 포트폴리오와 고객층을 겨냥한 글로벌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타이어 역시 라우펜을 ‘합리적인 가격에도 안전성과 신뢰성, 품질을 양보하지 않는 브랜드’로 규정한다. 프리미엄 시장은 통합 브랜드 ‘한국’이 맡고, 라우펜은 실용성과 성능을 함께 따지는 대중형 시장을 공략하는 멀티브랜드 전략이다. 브랜드별 소비층과 판매 채널을 구분해 내부 제품 간 경쟁보다 외부 시장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실제 라우펜은 2015년 유럽에 진출한 이후 승용차 제품 규격을 230개에서 341개로 확대했다.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밴은 물론 트럭·버스용 제품까지 갖췄으며 유럽 시장점유율도 진출 초기보다 4배로 늘었다. 전 세계 판매 지역은 100개국을 넘어섰다.

라우펜 2세대 여름용 퍼포먼스 타이어 ‘에스 핏2’. /한국타이어

라우펜이 유럽 대중형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면서 금호타이어의 대표 퍼포먼스 라인업 ‘엑스타’와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엑스타는 그간 유럽 준중형·중형차 시장에서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고성능 이미지를 앞세워 입지를 다져왔다. 최근에는 스코다의 전기 SUV 엔야크와 엘록에 ‘엑스타 PS71 SUV’를 공급하며 전동화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라우펜과 엑스타의 경쟁은 단순한 국내 업체 간 수주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 브랜드가 선택한 확장 경로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엑스타가 고하중 전기 SUV에 대응하는 제품으로 전동화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면 라우펜은 골프와 옥타비아, 이비자 등 유럽 대중차 시장의 중심에 있는 차종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라우펜이 글로벌 완성차의 OE 검증을 통과한 이력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OE 공급 이력은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서도 품질 신뢰를 형성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글로벌 완성차의 신차에 채택됐다는 사실 자체가 라우펜이 최저가 제품이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한국타이어의 제조 기술력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뒷받침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라우펜 자체의 성능과 OE 공급 이력이 구매를 결정하게 만드는 구조다.

완성차 업체들도 차량의 가격과 성격, 주요 고객층에 따라 타이어 브랜드를 세분화하고 있다. 모든 차종에 최고가 제품을 적용하기보다 성능과 가격의 균형이 뛰어난 브랜드를 선별해 차량 전체의 상품성을 맞추는 방식이다. 라우펜이 폭스바겐그룹의 대중형 핵심 차종으로 공급 범위를 넓히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물린다.

OE 공급 이력은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서도 품질 신뢰를 높이는 지렛대가 된다. 소비자들이 단순 최저가보다 제동력과 마일리지, 완성차 적용 이력을 함께 따지면서 라우펜도 가격 이상의 구매 이유를 축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차종과 고객층에 따라 타이어 브랜드를 정교하게 구분하면서 유럽 대중형 시장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가격만 낮은 브랜드보다 검증된 기술과 독립적인 브랜드 가치를 함께 갖춘 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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