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서울아산병원은 말기간부전과 진행성 간암을 앓던 모로코 환자에게 두 아들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지난 5월 22일 모하메드 엘 케타니(64) 씨와 두 아들을 동시에 수술해 약 17시간 만에 이식을 마쳤다. 모하메드 씨와 간을 기증한 두 아들은 수술 후 순조롭게 회복했다.
모하메드 씨는 약 20년 전 C형 간염을 진단받았다. 10년 전 치료제를 복용해 간염은 치료됐지만 오랜 투병으로 간의 상당 부분이 손상되면서 간경화와 간부전이 발생했다.
2025년 말 프랑스에서 간이식 대기자 등록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초기 간암도 발견됐다. 색전술로 종양을 제거했지만 올해 2월 추적 검사에서 크기 6㎝의 새로운 종양이 확인됐고, 간내 문맥 침범도 의심됐다.
프랑스 의료진은 간이식이 어렵다고 판단해 모하메드 씨를 이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근무하는 둘째 아들 오마르 엘 케타니(30) 씨와 첫째 아들 하침 엘 케타니(33) 씨가 해외 간이식 기관을 찾기 시작했다. 형제는 생체간이식 경험 등을 검토한 끝에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받기로 했다.
모하메드 씨는 두 아들의 안전을 우려해 처음에는 한국행을 거부했지만, 가족의 설득 끝에 지난 4월 초 한국을 찾았다.
정밀 검사 결과 모하메드 씨는 체중이 약 135㎏으로 한 명의 기증자에게서 받은 간만으로는 필요한 간 용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의료진은 두 명의 기증자로부터 간 일부를 각각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결정했다.
2대1 생체간이식은 한 명의 기증자에게서 충분한 크기의 간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기증자의 남은 간 용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을 때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가 2000년 세계 처음 개발했다.
둘째 아들 오마르 씨는 아버지와 혈액형이 달랐지만 의료진은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경험을 토대로 수술을 진행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현재까지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을 1100건 이상 시행했다.
수술 당일 오전 8시부터 3개 수술실에서 기증자 2명과 수혜자 수술이 동시에 시작됐다.
기증자 간 절제는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정동환 교수가 맡았다. 첫째 아들의 간 좌엽은 복부에 10㎝ 미만을 절개하는 최소절개 방식으로, 둘째 아들의 간 우엽은 복강경 방식으로 절제했다.
모하메드 씨의 간이식은 이승규 석좌교수와 문덕복 교수가 집도했다. 의료진은 종양의 간문맥 침범 가능성을 고려해 종양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간 전체를 제거하는 무접촉 기법을 적용했다.
이식 과정에서는 환자의 횡격막 아래 공간이 예상보다 좁아 오른쪽 간이 자리 잡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했다. 의료진은 부신을 포함한 오른쪽 신장을 복부 앞쪽 아래로 이동시켜 이식 공간을 확보했다.
아침에 시작된 수술은 새벽 2시를 넘겨 17시간 만에 끝이 났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모로코 환자와 가족이 한국을 찾은 것은 국내 간이식 의료 수준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사례”라며 “말기간질환과 간암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씨는 “암이 빠르게 진행돼 희망을 잃고 있었지만 두 아들의 결심과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며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오마르 씨는 “서울아산병원의 의료 기술과 시스템,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하고 다시 건강해진 모습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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