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상반기 국내 지역 경기는 인공지능(AI)·반도체 호황과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전반적인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다만 중동사태 장기화에 따른 석유류 가격 급등과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권역별·산업별 체감 경기 격차는 한층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권역별 경기는 수도권과 충청권·대경권·제주권 등 4개 권역에서 지난해 하반기 대비 소폭 개선됐다. 동남권과 호남권, 강원권 등 3개 권역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제조업 생산은 업종별로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다. 수도권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성화가 성장을 견인했다. 충청권과 대경권 역시 반도체·전기장비, 휴대폰·철강 등 IT 주력 업종의 생산 호조가, 제주권도 반도체와 의약품 생산에 개선세를 보였다.
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장은 "반도체의 기여도를 구체적 수치로 산출하지는 않았지만 정성적으로 설명하면 수도권과 충청권이 반도체 영향을 굉장히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동남권과 호남권은 중동사태 장기화로 고유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석유화학·정제 산업의 생산이 부진, 부품 수급 차질로 자동차 생산마저 영향을 받았다. 강원권은 건설 경기 한파 여파로 시멘트와 자동차부품 생산이 동반 감소했다.
◆ 지원금에 살아난 소비…건설업, 반도체 공장 증설 기대로 숨통
내수 시장은 정부 정책과 소비심리 개선이 마중물 역할을 했다.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은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등 정부의 내수 진작책 △소비심리 회복 △내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7개 전 권역에서 소폭 증가했다.

도소매업·숙박·음식점업·금융·보험업 등이 서비스업 개선세를 끌어올렸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제조업이 이끄는 수도·충청·대경·제주권에서 확대된 반면 석유화학·시멘트 부진을 겪은 동남권과 강원권은 감소했다.
하지만 물가 부담은 여전하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음에도 중동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석유류 가격이 급등한 탓에 7개 전 권역에서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일제히 확대됐다.
건설업 생산 또한 고자재비와 공사비용 급증의 영향으로 동남·충청·대경·강원권 등 4개 권역에서 감소, 수도권은 보합에 머물렀다. 다만 호남권과 제주권은 공공부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집행 확대에 소폭 개선됐다.
부진한 건설업 경기와 관련해 정 팀장은 "아직 지역경제 건설업 생산이 부진한 모습"이라면서도 "향후 반도체 공장 증설 기대감과 공공부문 인프라 착공 기대 등으로 수도권과 충청권·강원권을 중심으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고용·주택시장 온기 차이…청년층 이동에 지역 격차 가중
주요 경제 지표에서도 권역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관측됐다.
고용 시장의 경우 수도권과 호남·강원·제주권 등 4개 권역에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면 동남권과 충청권은 증가폭이 축소, 대경권은 제조업 부진 여파로 취업자 수가 감소로 전환됐다.

주택매매가격은 수도권·동남권·호남권에서 상승폭이 확대되고 강원권이 상승 전환한 반면 충청권과 대경권은 하락세를 이어갔고 제주권은 하락폭이 확대됐다.
인구 이동 측면에서는 충청권의 인구 순유입이 확대되고 강원권이 순유입으로 돌아선 반면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유입 폭은 축소됐다.
정 팀장은 "인구 이동은 단기적인 움직임에 따라 금방 변하지는 않는다"며 "과거부터 상당히 오래 지속된 지역경제 간 격차 확대에 따른 일자리 차이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어 청년층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 하반기 '완만한 개선' 전망…"자동차 부품 차질 해소될 것"
한은은 국내 지역 경기에 대해 오는 하반기에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의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부분 권역에서 경기가 소폭 개선되거나 상반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 팀장은 "하반기 지역경제 전반은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반도체는 계속 호조세를, 자동차의 경우 상반기 부품 수급 차질이 해소되면서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권역별 제조업 전망에 대해 "수도권은 반도체, 동남권은 자동차와 조선, 호남권은 철강·반도체, 강원권은 의료기기·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생산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동사태 추이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과 원자재 수급 불안, 건설 경기 회복 지연 여부가 오는 하반기 지역 경제의 성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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