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 한국적 미학으로 빚은 귀(鬼)의 세계

시사위크
‘동궁’이 한국적 정서를 품은 오컬트로 글로벌 시청자와 만났다. / 넷플릭스
‘동궁’이 한국적 정서를 품은 오컬트로 글로벌 시청자와 만났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세자들이 연이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궁 안에서는 왕의 핏줄을 노리는 연못 귀신의 저주가 다시 시작됐다는 소문이 퍼진다. 왕(조승우 분)은 미신에 불과하다며 분노하지만, 마지막 남은 아들 영안군마저 쓰러지고 만다.

결국 왕은 극비리에 귀(鬼)의 세계를 넘나들며 귀신을 없앤다는 사내 구천(남주혁 분)을 궁으로 불러들이고, 귀신의 소리를 듣는 감찰 궁녀 생강(노윤서 분)을 그의 곁에 둔다. 연못 귀신을 없애고 동궁에 깃든 저주를 풀어야만 살아서 궁을 나갈 수 있는 구천과 남몰래 그를 감시해야 하는 생강. 두 사람은 연못 그 아래 감춰진 동궁의 어두운 비밀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동궁’은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구천과 비밀을 간직한 궁녀 생강이 왕의 부름을 받고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불가살’ ‘손 the guest’ 등을 통해 자신들만의 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한 권소라·서재원 작가와 ‘악마판사’ ‘붉은 달 푸른 해’ 등의 최정규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지난 17일 공개 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 남주혁·노윤서·조승우·장영남 등이 출연했다.

가장 큰 강점은 낯선 귀의 세계를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는 데 있다. 현실과 귀의 세계를 수시로 넘나들지만 두 공간의 질감과 분위기를 뚜렷하게 구분하고, 이를 하나의 서사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해 복잡함 없이 이야기를 따라가게 한다. 이미지와 공간의 변화로 직관적으로 전달한 연출이 돋보인다.

매력적인 세계관을 완성한 ‘동궁’. / 넷플릭스
매력적인 세계관을 완성한 ‘동궁’. / 넷플릭스

두 세계는 뚜렷하게 구분되면서도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 않다.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과 인물의 감정이 귀의 세계에 투영되고 그곳에서 마주한 진실이 다시 궁 안의 비밀로 이어진다. 과거의 비극과 현재의 사건 역시 겉돌지 않고 맞물리며 서사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낸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전개지만, 시각적인 표현과 이야기의 흐름이 맞닿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빠져들게 된다.

한국적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미장센도 좋다. 고궁의 고즈넉하면서도 위압적인 풍경과 전통적인 색채, 귀신과 저주를 둘러싼 토속적인 이미지가 판타지 장르의 문법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익숙한 궁궐이라는 공간은 귀의 존재와 결합하며 기이하고 비밀스러운 장소로 변모하고 화려하면서도 음산한 미장센은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빚어낸다.

음악 역시 ‘동궁’의 세계에 힘을 싣는다. 한국적 정서가 짙게 묻어나는 선율은 궁궐의 풍경과 귀의 존재가 빚어내는 묘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린다. 특히 구천과 귀가 맞붙는 순간에는 빠른 리듬과 강렬한 사운드로 액션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며 몰입도와 장르적 쾌감을 함께 끌어올린다.

호연을 펼친 조승우(왼쪽)와 남주혁(오른쪽 위), 노윤서. / 넷플릭스
호연을 펼친 조승우(왼쪽)와 남주혁(오른쪽 위), 노윤서. / 넷플릭스

액션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구천은 귀의 세계에서 검을 활용해 초현실적인 존재들과 맞서는데, 상대하는 귀의 특성과 공간의 성격에 따라 움직임과 전투 방식도 달라진다. 현실과 다른 중력감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바닥과 기둥, 천장을 비틀어 놓은 미술과 VFX, 속도감 있는 카메라 움직임이 맞물리며 색다른 그림을 만들어낸다.

다만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아쉬움을 남긴다. 앞서 한국적 미감과 서늘한 오컬트의 분위기를 밀도 있게 쌓아왔지만, 절정에 이르러 과도한 CG와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앞세운 무협 판타지 액션으로 급격히 방향을 튼다. 그동안 유지해 온 특유의 질감과도 어긋난 느낌이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야 할 순간 화면이 다소 유치하게 다가오며 몰입을 깬다.

일부 인물의 헤어스타일처럼 시대적 배경과 어긋나 보이는 세부적인 지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판타지 사극인 만큼 철저한 고증만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궁궐과 의상 등 전반적인 미술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탓에 오히려 작은 이질감이 눈에 띈다.

무난한 호흡을 보여주는 배우들 사이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조승우다. 때로는 냉철한 군주였다가, 때로는 무너져 내리는 아버지가 되고, 또 어떤 순간에는 모든 진실을 홀로 짊어진 인물의 무게까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절제된 감정만으로도 장면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짙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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