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22대 후반기 국회가 여야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치’로 시작한 가운데, 여야 대치는 향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관련된 국회법 개정을 예고했고, 국민의힘이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22대 후반기 국회가 필리버스터로 시작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민의힘 비판에 나섰다. 그는 “그간 후반기 원 구성도,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도 거부해 온 국민의힘이 모처럼 본회의장에 들어와서 한 일은 2차 종합특검 수사를 방해하는 필리버스터였다”며 “국민의 대표로서 민생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내란과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훼방을 놓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필리버스터는 소수 의견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시도 때도, 명분도 없이 국회를 멈춰 세우기 위한 수단은 결코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무책임한 보이콧으로 엉터리 필리버스터로 민생과 개혁의 시간이 더 이상 낭비되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 필리버스터를 향한 ‘두 가지 시각’
이에 한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개정을 예고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시작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강제 종료할 수 있다. 이러한 현행법을 필리버스터 중 출석 의원이 재적 5분의 1에 미치지 못할 시 국회의장이 토론을 중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고 밝힌 것이다.
만약 이 같은 국회법 개정안이 실제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의원 60명 이상이 본회의장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2가지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우선 필리버스터에 대한 ‘무용론’이다. 무용론이 제기된 이유 중 하나는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다. 필리버스터는 그간 소수당이 장시간 토론을 이어가며 표결을 합법적으로 지연시키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필리버스터는 ‘24시간’ 언저리에만 머무르고 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의 의석수 만으로 24시간이 지나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던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실제 ‘2차 종합특검 연장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이날 오전 10시 50분 기준,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본회의장엔 총 12명(민주당 4명·국민의힘 8명)의 의원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만 착석해 있었다. 한 직무대행은 필리버스터 개선과 관련해 “본회의장을 비우는 행태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소수 의견을 보호하고, 숙의민주주의를 작동시킨다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필리버스터 개정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전반기 국회 당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민의힘은 물론 범여권인 조국혁신당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지난 1월 필리버스터 진행 시 국회의장이 지정하는 국회 상임위원장 등에게 사회권을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필리버스터 유지 정족수 규정은 개정안에서 제외된 바 있다.
◇ 민주당, ‘패스트트랙 개정’도 예고
아울러 한 직무대행은 “이름뿐인 패스트트랙도 손보겠다”며 패스트트랙 개정도 예고했다. 현행 국회법엔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최대 180일·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대 90일을 심사한 뒤 본회의 부의까지 최대 60일을 거치도록 돼 있다. 이에 본회의 자동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 걸린다.
이러한 현행법에 한 직무대행은 패스트트랙이 아닌 ‘슬로우트랙’이라고 표현하며, 상임위 심사는 60일·법사위 심사는 15일로 단축하고 법안 부의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 개정을 시사하고, 그간 국민의힘이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온 만큼, 향후 여야의 대치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입장에 지난 6일 “입법 폭거를 제약하는 마지막 제동장치마저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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