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강준석 한국제지 대표이사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제지가 실적 악화, 담합 적발, 주가 부진 등으로 삼중고에 빠진 가운데 강 대표가 추락한 실적과 신인도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취임하자마자 악재 속출
강 대표는 이달로 취임한 지 넉달째에 돌입했다. 지난 3월 27일 취임한 강 대표는 인쇄용지와 패키징 등 제지업계 전반에서 30년 넘게 다양한 경력을 쌓은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1991년 삼성그룹 전주제지에 입사한 이후 한솔제지 인쇄용지 영업 및 마케팅, 아트원제지 국내영업총괄, 한솔개발 마케팅 및 운영본부장을 거쳐 한솔PNS 대표이사, 한국팩키지 대표 등을 지낸 뒤 한국제지에 영입됐다.
강 대표는 취임 당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제품·기술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고객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취임한 지 한달여 만에 과징금 악재를 마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23일 국내 6개 제지사(무림에스피·무림페이퍼·무림피앤피·한국제지·한솔제지·홍원제지)가 3년 10개월간(2021년 2월~2024년 12월) 인쇄용지 판매가격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총 3,3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한국제지는 490억5,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12.08%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공정위 발표 이후, 한국제지는 “고객과 주주, 거래처 및 모든 이해관계자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후속 조치를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내부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준법과 책임경영이 영업 현장 전반에 안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담합 과징금·실적 부진· 동전주 리스크 ‘삼중고’
이번 답함 사태는 회사의 실적을 흔들었다. 한국제지는 올해 1분기 4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45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음에도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과징금 때문이었다. 한국제지는 분기보고서에서 “과징금액을 영업외비용의 잡손실 및 충당부채로 계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제지는 최근 몇 년간 매출이 성장세를 보였다가 지난해부터 실적 악화가 시작됐다. 지난해 매출(7,537억원)은 전년 대비 4.85% 줄었다. 영업이익(31억원)은 전년보다 83.9% 감소하고 순이익은 -33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수백억원대 과징금 악재까지 덮치면서 올해 실적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여기에 시장 내 신뢰 타격도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제지의 주가는 담합 적발 소식이 전해진 후 하락세를 보여왔다. 15일 종가 기준으로 한국제지의 주가는 541원이다. 이는 지난 4월 23일 장중 고점 대비 33.2% 하락한 수준이다.
한국제지 주가는 2024년 10월말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 종목)로 추락한 뒤 최근까지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동전주 상장폐지 직면하게 됐다.
거래소는 이달 1일부터 동전주에 대한 퇴출 규정을 신설했다. 앞으로 30거래일 연속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이상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한국제지는 이러한 리스크를 대응하기 위해 주식병합을 결정했다. 지난 5월 29일 한국제지는 보통주 5주를 1주로 병합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해당 주식병합은 발행주식 수를 기존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1주당 액면가를 5배 높이는 방식이다.
이달 14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선 이 같은 내용의 ‘주식병합’ 안건이 승인됐다. 한국제지는 매매정지기간(7월 27일~8월13일) 기간을 거쳐 8월 14일 신주를 상장해 주식병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주식병합 이후 주당 가격은 조정돼 5배가량 높아진다. 다만 기업가치가 개선된 것이 아닌 만큼 주식병합 후 주가가 더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저가주 상장폐지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가치 개선, 주주가치 제고, 신뢰 회복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에 수장인 강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먼저 담합 사태로 흔들린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내부통제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악화된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선 수익성과 재무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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