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북도와 지역 대표 기업인 에코프로가 일방적인 행정 지원 관계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자금을 공동 집행하는 '민관 협력 2.0'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경북도는 15일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위치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본사에서 '경북도-에코프로 비즈니스 간담회'를 전격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을 비롯해 박용선 포항시장,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등 지역 정·재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번 만남은 이철우 지사가 민선 9기 임기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업인 회동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캐즘)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배터리 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지자체와 향토기업이 연대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두 기관의 동행은 지난 2016년 리튬이차전지 제조공장 설립을 위해 체결한 15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MOU)이 시초였다.
이후 에코프로는 포항캠퍼스를 거점으로 생산 능력을 키워왔으며, 오는 2025년 제4캠퍼스가 본격 가동되면 연간 27만 톤의 양극재를 양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소재 기지를 구축하게 된다.
에코프로가 지난 8년간 포항에 투입했거나 집행을 앞둔 총 자금은 무려 4조9000억원에 달하며, 이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만 3700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포항의 산업 지형을 완전히 바꿨다. 2015년 단 1%에 불과했던 포항의 이차전지 수출 비중은 지난해 38.5%까지 수직 상승하며, 전통적인 효자 산업인 철강과 함께 경제를 견인하는 쌍두마차로 자리 잡았다.
민간의 과감한 투자는 정부의 전폭적인 제도적 지원으로 이어졌다. 포항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를 시작으로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기회발전특구에 잇따라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총 7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된 기회발전특구에서 에코프로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3조원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앵커 기업 역할을 맡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날 행정이 단순히 보조금을 나눠주던 과거의 역할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자체와 기업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경제 공동체'가 되어 초대형 프로젝트를 함께 디자인하고 인프라와 연구개발(R&D)에 공동 투자하는 신개념 모델을 정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민선 8기부터 다져온 정책금융 활용 성공 경험에서 비롯됐다. 경북도는 지역활성화투자펀드를 활용해 구미 청년 드림타워, 경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포항 데이터센터 등 굵직한 사업들을 연이어 성사시킨 바 있다.
이 지사는 민선 9기 핵심 공약인 '경북투자금융주식회사'를 출범시켜 지자체가 직접 지역 투자 판을 짜는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양측은 즉시 '공동 기획 TF'를 가동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영일만산단 내부의 이차전지 염폐수 전용 처리시설 구축,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5성급 최고급 호텔·리조트 합작 건립 등 파격적인 상생 아이디어들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이 지사는 특히 염폐수 인프라와 관련해 "이는 단순한 민간 기업의 부담이 아니라 환경 보호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경북도의 핵심 과제"라며 강력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어 "지방의 전력 자급률이 수도권보다 월등히 높은데도 기업들이 동일한 전기요금을 감당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지역별 요금 차등제의 조속한 시행이 지방소멸을 막는 열쇠라고 지적했다.
이번 비즈니스 간담회는 의례적인 민원 청취 행사를 넘어 지자체의 위기(지방 소멸)와 기업의 위기(캐즘 상황)를 연대해 극복하겠다는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보여줬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민선 9기 출범 이후 첫 번째 현장 방문지로 우리 회사를 찾아준 경북도와 포항시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역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향토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사회와 영원히 상생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박용선 포항시장 역시 "에코프로가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도록 행정적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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