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정부가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목표로 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지만 핵심 구조개혁 과제 상당수는 국회의 입법과 예산 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 할인과 정책금융 확대, 공공요금 관리 등 단기 민생대책은 정부가 행정과 재정 집행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 반면 공급망 자립과 산업 경쟁력 강화, 신산업 육성 등을 위한 주요 정책은 세법 개정과 기본법 제정, 기금 신설 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올해 정기국회가 사실상 정부 경제성장전략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세제·기금·기본법 등 개혁 과제 상당수 국회 입법 전제
정부가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은 △중동전쟁 이후 대응 △잠재성장률 반등 △구조적 문제 대응을 세 축으로 구성했다. 정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된 성장세를 지방과 비IT 산업,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세제와 금융, 노동, 디지털 분야의 제도 개편 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국내생산세액공제와 전략수출금융지원법,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비롯해 국가데이터기본법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 상당수 정책은 법률 개정이나 국회 심사를 전제로 추진된다.
대표적인 입법 과제는 국내생산세액공제다. 정부는 경제안보와 녹색전환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판매한 기업에 세액공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생산량에 일정 단가를 곱한 금액을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시행을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수출금융지원법도 국회 처리가 필요한 과제다. 정부는 방산 등 대규모·장기 전략수출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제도화하고 이를 위한 법안을 연내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자료에도 ‘전략수출금융지원법 금년 내 국회 통과 추진’이 명시돼 있다. 실제 국회에는 전략수출금융지원법이 이미 발의돼 있다. 한정애 의원안과 안도걸 의원안이 각각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지난 4월에는 두 법안을 대상으로 공청회도 열렸다.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미래대응기금도 향후 국회의 논의가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인재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자료에는 기금 규모와 재원 조성 방식, 설치 근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생산세액공제와 전략수출금융지원법, 미래대응기금은 각각 세제와 금융, 재정을 활용하는 정책이지만 공통적으로 새로운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전제로 한다. 단기적인 경기 대응보다 기업 투자와 수출 경쟁력, 미래 성장동력을 뒷받침할 제도 자체를 손질하겠다는 것이 이번 경제성장전략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디지털·데이터 분야에서도 입법을 예고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디지털자산 제도를 정비하고 국가데이터기본법을 제정해 데이터 활용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도 추진해 투자형 연구개발(R&D)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노동 분야에서도 지역고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과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들 법안을 통해 지역 일자리 기반을 강화하고 노동시장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향후 법안 발의 과정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입법도 포함됐다. 정부는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에 대해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2배 이하 또는 최대 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물가안정법 개정을 추진한다.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해서는 등록·허가 취소나 영업정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공정거래법과 개별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시장 교란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부동산감독원 설립 근거법 제정도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세제와 금융 분야가 기업 투자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라면 디지털과 노동, 시장질서 분야는 성장 기반을 뒷받침할 경제 시스템을 손질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가 이번 전략에서 개별 지원책보다 제도 개편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의 핵심 구조개혁 과제는 정부 발표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이 적지 않다. 세제 개편과 신규 기금 설치, 산업·노동 분야 기본법 제정 등은 모두 국회의 입법과 예산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세제 지원 범위와 신규 기금의 재원 조성 방식, 정부의 산업 지원 범위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내생산세액공제와 미래대응기금, 부동산감독원 설립 근거법 등은 정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와 별개로 지원 대상과 운영 방식, 재정 부담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상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도 일부 과제가 입법 절차와 추진 방향 재검토 등으로 일정이 조정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하반기 전략 역시 핵심 구조개혁 과제 상당수가 국회 입법을 전제로 하는 만큼, 정책 실행 속도는 정기국회 논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시한 ‘3·4·5 비전’은 정책 발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단기 민생대책은 행정부의 집행으로 추진할 수 있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개혁은 결국 국회의 입법을 거쳐야 한다. 정부 경제성장전략의 마지막 퍼즐이 국회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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