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오사카=박설민 기자 4억5,000만년 전, 지구의 바다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물고기가 등장했다. 약 1m에 불과한 작은 물고기였다. 온몸은 사포처럼 거친 방패꼴 비늘로 덮여 있었다. 뼈는 단단한 골격 대신 유연한 연골이 몸을 지탱했다. 머리 앞에는 날카로운 턱이 자리 잡았다.
이들의 등장은 곧 바다의 새로운 포식자의 탄생을 의미했다. 바로 ‘상어’다. 이 포식자들은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바다의 굳건한 지배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세월 살아남은, 지구상의 다섯 차례 대멸종까지 견뎌낸 생물이 됐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을 버틴 상어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급격히 커지는 기후변화의 위협과 남획 등의 문제 때문이다. ‘시사위크’에서는 7월 14일 ‘상어 인식 증진의 날(Shark Awareness Day)’을 맞아 바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종인 상어의 가치와 이들이 처한 위기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 사람들은 왜 상어에 매료될까
지난 10일 방문한 일본 오사카의 수족관 ‘가이유칸(kaiyukan)’ 내부는 푸른 빛으로 가득했다. 마치 심해에 직접 내려온 듯했다. 푸른색 빛이 가득한 거대한 수족관 내부, 수많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커다란 몸집의 만타가오리부터 자이언트그루퍼, 쥐가오리, 개복치 등 해양생물의 종류도 다양했다.
이때 모든 생물들을 압도할 거대한 생물이 수족관 벽을 타고 헤엄쳤다. ‘고래상어(Whale shark)’였다. ‘수염상어목(Orectolobiformes)’에 속하는 고래상어는 현존하는 어류 중 가장 큰 종이다. 몸길이는 12m, 몸무게는 20톤이 넘는다. 하지만 거대한 몸집과 달리 온순한 성격이다. 먹이는 갑각류, 오징어, 플랑크톤, 소형 어류다.
고래상어가 등장하자 모든 관람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우아하게 헤엄치는 거대한 생물의 모습에 다들 매료된 표정이었다. 고래상어뿐만 아니라 가이유칸엔 수많은 상어들이 있었다. 커다란 ‘홍살귀상어’, ‘얼룩말상어’, ‘암초상어’, ‘흉상어’ 등 다양한 종의 상어들이 수족관 유리벽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수족관 밖 기념품 가게에서도 상어의 인기가 실감됐다. 수족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저마다 고래상어, 귀상어 인형과 액세서리를 하나씩 들고 나갔다. 어린이들은 상어 장난감을 사달라고 부모님을 조르기도 했다.
오사카 가이유칸의 안내직원 역시 “가이유칸에서 상어들은 가장 인기 있는 생물로, 특히 고래상어는 수족관의 슈퍼스타”라며 “이들을 보기 위해 오는 관람객들이 많아 입장 시 인원 제한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가이유칸뿐만 아니다. 미국의 ‘몬테레이베이 아쿠아리움’이나 샌디에이고의 ‘씨월드’, 우리나라의 ‘코엑스 아쿠아리움’ 등 전 세계 수족관에서 상어는 간판스타다. 실제로 미국 노스웨스트 대 연구팀은 남아프리카와 모잠비크의 세 곳에서 294명의 다이버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상어의 독특함과 친밀감이 관광 선호를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대중들이 상어에게 두려움과 경외감이라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사클레대 생태·진화연구소(ESE)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서구권에서는 가장 카리스마 있는 동물로 호랑이, 사자, 코끼리 등과 함께 상어가 선정되기도 했다.
◇ 상어의 두려움, ‘죠스 효과’를 일으키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으나 턱만은 예외였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상어는 가장 인기있는 생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자 혐오받는 생물이기도 하다. 그 위험성 때문이다. 4억 년에 걸쳐 진화된 상어는 바다에서 가장 뛰어난 사냥꾼이다. 날카로운 이빨과 강력한 턱, 죽은 인형처럼 보이는 검은 눈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상어에 대한 두려움이 시작된 계기는 세계 2차대전이었다. 1945년 7월 미국의 포틀랜드급 중순양함 CA-35 USS 인디애나폴리스호는 일본 오키나와 남부, 괌에서 레이테 섬으로 이동하던 중 어뢰를 맞고 침몰했다. 이때 생존자들은 5일 간의 시간 동안 바다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900여명의 생존자 중 316명만이 살아남았다. 부상자들의 피에 자극받은 상어들의 공격에 희생당한 것이다.
여기에 상어의 공포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결정적 계기는 1975년 여름에 개봉한 영화 한 편이었다. 평화로운 해변 마을에 등장한 거대한 백상아리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영화는 ‘블록버스터’라는 용어의 유래가 될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Jaws)’였다.
죠스는 단순히 성공한 공포영화가 아니었다. 그해 미국의 해수욕장 방문객이 급감했을 정도로 이 영화의 파급력은 컸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크리스토퍼 네프 교수는 ‘죠스 효과(Jaws Effect)’라는 개념을 2014년 제시하기도 했다. 죠스가 단순 오락영화를 넘어 상어가 인간을 의도적으로 사냥하는 존재로 각인시켰다는 의미다.
네프 교수가 제시한 죠스 효과는 총 3가지 개념으로 구성된다. △상어의 의도성 △사건의 치명성에 대한 인식 △상어를 죽여야 한다는 믿음이다. 실제로 죠스 효과는 영화 개봉 40년이 지난 최근 현실로 나타났다. 2014년 서호주에서 상어 공격이 발생하자 정부 차원에서 50여마리의 상어를 찾아 사살한 것이다.
네프 교수는 “서호주 사례는 증거 기반 과학보다 영화 속 신화에 더 치우쳐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영화적 허가 과학적 증거를 압도하는 데 사용됐다”며 “죠스 효과는 특정 영화 한 편이나 상어 공격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뜨거워지는 바다, 더 큰 위기에 처한 상어들
위험한 사냥꾼이란 사회적 인식과 달리 상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 세계적으로 상어 공격에 의한 사망자 수는 연간 5명 내외다. 이를 전 세계 인구 기준으로 계산하면 1년에 상어에 물려죽을 확률은 7~9억분의 1수준이다. ‘코코넛에 맞아 죽을 확률이 상어에게 죽을 확률보다 높다’는 우스갯소리가 실제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상어의 높은 인기는 공포에 비롯된 것이 크다. 상어를 좋아하지만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낮다. 때문에 공포와 무관심 속에 상어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생물이다. 개체 수 역시 매년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536종의 상어 중 35.9%가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다.
아울러 최근엔 남획과 더불어 상어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가 등장했다. 바로 ‘기후변화’다. 뜨거워진 바다는 상어들의 생태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최근 국내 바다에서도 상어가 갑작스럽게 출몰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동해안에 나타난 상어는 56마리로 지난해 대비 3배가 늘었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상어에게 치명적이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AM) 연구진은 2050년까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상어의 서식지 면적 변화를 계산했다. 그 결과, 19종의 상어가 서식지 면적이 줄었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상어종인 흉상어과의 서식지 면적 감소가 크게 나타났다.
아울러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산성화’는 상어의 사냥 능력을 악화시키는 요소다. 호주 ‘남극해생태연구소(SSEL)’ 연구팀은 해양 온난화 및 산성화가 상어의 발달, 성장 및 사냥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해양 온도 상승은 상어의 배아 발달 속도는 촉진했다. 하지만 높은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는 상어에게 에너지 요구량을 높였다. 또한 대사 효율을 감소시키고 후각을 통한 먹이 탐색 능력을 저하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발생시켰다.
SSEL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자연환경의 중규모 생태계에서 사육된 상어의 성장률이 크게 감소했다”며 “이는 해양 산성화와 온난화가 포식자의 효과적인 사냥 능력과 먹이 사슬에 대한 강력한 상위 포식자 조절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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