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 엇갈린 법원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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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3,600원을, 명태균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3,600원을, 명태균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명태균 씨로부터 제공받은 무상 여론조사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같은 명태균 여론조사를 놓고 앞서 김건희 씨 사건에서는 재산상 이익 취득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과 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두 판결은 같은 여론조사를 두고도 재산상 이익과 정치자금 해당 여부를 달리 판단했다.

◇ 무상 여론조사 제공받은 윤석열, ‘징역 2년’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3,600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태균 씨가 제공한 여론조사 가운데 14회, 2,792만7,200원 상당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했고 명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같은 명태균 여론조사를 두고 김건희 씨 사건과 법원의 판단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김씨 사건 1·2심 재판부는 여론조사가 정치자금에 해당할 가능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해당 여론조사가 특정인에게 전속적으로 제공됐다고 보기 어렵고 김씨가 이를 의뢰하거나 협의해 제공받았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공 경위와 방식만으로는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는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 가운데 14회를 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부 여론조사가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됐고, 그 결과가 정치인들에게 전달되거나 언론에 공표돼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이 무상으로 제공됐다고 봤다. 두 재판부 모두 여론조사가 정치자금이 될 수 있다는 점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재산상 이익이 성립하는 범위와 이를 인정할 증거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셈이다.

재판부는 왜곡된 여론조사가 경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과 정치 불신을 초래한 점, 객관적 증거에도 범행을 부인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 뉴시스
재판부는 왜곡된 여론조사가 경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과 정치 불신을 초래한 점, 객관적 증거에도 범행을 부인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 뉴시스

재판부가 중시한 요소도 달랐다. 김씨 사건에서는 미래한국연구소가 통상적인 영업 활동의 일환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윤석열 부부만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주요 근거가 됐다. 계약 관계나 조사 의뢰를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도 함께 고려됐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계약서 존재 여부보다 여론조사의 제공 경위와 활용 정황을 중요하게 보고 판단했다.

공모와 고의에 대한 판단 역시 차이를 보였다. 김씨 사건에서는 여론조사 의뢰와 협의, 공모를 인정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텔레그램 메시지와 통화 내역 등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의 공모와 인식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명태균이 여론조사를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거나 “관련 대화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객관적 증거와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명태균 씨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한 부분에 대한 평가도 달랐다. 김씨 사건에서는 공천 부탁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여론조사 제공의 대가로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명씨의 정치적 조언과 여론조사 제공 이후, 명씨가 부탁한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장제원 전 의원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한 사정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를 범행의 경위와 양형 판단에 반영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가 특별검사가 주장한 여론조사 상당 부분을 배척하면서도 일부 사실관계만으로 묵시적 공모를 인정했다”며 “정황을 중첩해 추론한 가능성만으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형사재판의 엄격한 증명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정책 자문과 여론 분석, 정치 컨설팅까지 정치자금으로 확대 해석할 경우 정치활동 전반이 형사처벌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항소심에서 판단을 다시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정치자금법상 무상 여론조사의 재산상 이익 인정 범위를 둘러싼 판단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김건희 씨 사건과 이번 사건은 피고인과 제출된 증거, 심리 과정이 동일한 사건은 아닌 만큼 두 재판부가 동일한 법리를 변경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향후 항소심에서는 두 사건의 증거와 법리 차이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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