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국내 연구진이 소량의 안구 내 액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주요 망막질환을 구분하고 치료 반응까지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와 안과 이준엽 교수 연구팀이 고감도 바이오마커 검출 기술과 AI를 결합한 망막질환 통합 진단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이 정상 대조군과 망막질환 환자 등 38명을 대상으로 질환 유무를 분석한 결과 진단 정확도는 96.45%로 나타났다.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망막정맥폐쇄 등 세부 질환을 구분하는 분석에서도 86∼87% 수준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들 질환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망막질환으로, 치료에는 안구 안에 약물을 직접 투여하는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주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환자에 따라 치료 반응이 낮거나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치료 효과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현재 망막질환 진단과 치료 효과 평가는 빛간섭단층촬영(OCT)과 안저 촬영 등 영상검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망막의 부종이나 혈관 변화 등 구조적 이상은 확인할 수 있지만 질환과 관련된 생화학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치료 반응을 영상으로 확인하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어 효과가 낮은 환자도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SERS)과 AI 알고리즘을 결합했다.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금 코팅 아연산화물 나노로드 기반 칩에 방수를 떨어뜨리면 질환과 관련된 생체분자가 나노 구조 사이에 모인다.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있는 맑은 액체다.
연구팀은 금속 물질의 국부적 표면 플라즈몬 공명 현상을 이용해 라만 신호를 30만배 이상 증폭했다. 이를 통해 별도의 복잡한 전처리 없이 5마이크로리터 이하의 방수만으로 생화학 정보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생화학 분석에는 최소 100마이크로리터 이상의 방수가 필요했지만, 이번 기술은 필요한 검체량을 크게 줄였다.
연구팀은 확보한 생화학 데이터를 AI에 적용해 질환 유무와 종류를 분석했다. 선형 판별분석 모델은 87.63%, 이차 판별분석 모델은 86.45%의 정확도로 세부 망막질환을 구분했다. 항-VEGF 주사 치료에 대한 환자별 반응 예측 정확도도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영상검사에서 아직 변화가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도 방수 내 생화학적 변화를 포착해 치료 반응군과 비반응군을 조기에 구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준엽 교수는 “기존 안과 진단이 눈의 구조적 변화 확인에 집중됐다면 이번 연구는 분자 수준의 생화학적 분석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라며 “치료 반응이 낮은 환자를 조기에 선별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기 교수는 “극소량의 방수만으로도 유의미한 생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안질환 선별검사와 실시간 치료 지침에 활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머티리얼즈 투데이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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