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팩트(270)] 비 오는 날, 생선회 먹으면 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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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철 시기가 찾아보면 꾸준히 회자되는 속설이 있다. ‘비가 오는 날에 생선회를 먹으면 탈이 난다’는 말이다. 사실일까. / 게티이미지뱅크
여름 장마철 시기가 찾아보면 꾸준히 회자되는 속설이 있다. ‘비가 오는 날에 생선회를 먹으면 탈이 난다’는 말이다. 사실일까.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여름철엔 ‘먹거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다.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음식이 상하기 쉽고 세균 번식이 늘어 식중독 등 질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여름 장마철 시기가 찾아보면 꾸준히 회자되는 속설이 있다. ‘비가 오는 날에 생선회를 먹으면 탈이 난다’는 말이 그것이다.

◇ 비 오는 날, 떠도는 오랜 속설 

“비 오는 날 회를 먹어도 괜찮을까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러한 글들이 부쩍 늘었다. 최근 한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린 누리꾼은 “점심에 초밥을 먹고 싶은데 여름철 비오는 날엔 회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궁금증을 표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회를 먹으면 탈이 난다’는 말은 오래된 속설이다. 여름 장마철 시기가 아니더라도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종종 회자되곤 한다. 왜 이런 속설이 생겼을까. 식품영양학계에선 과거 열악한 유통 환경에 비롯한 인식과 세균 감염에 막연한 불안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과거엔 현재와 같은 냉장 및 보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수산물의 선도 관리가 어려웠다. 30년 넘게 수산식품 분야를 연구해온 조영제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 냉장고가 보급된 시기가 100년이 조금 넘었다”며 “과거엔 수산물의 선도 관리가 어려웠다. 선도 관리가 잘 안 된 생선을 여름철에 먹고 배탈이 난 경험이 쌓여 이런 속설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 들어선 기술 발달로 냉장·냉동 과정을 잘 거쳐 수산물이 유통되기에 과거와는 달라졌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식중독에 대한 공포도 이러한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분석이 있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아 위생 관리에 대해 특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엔 장염비브리오 식중독과 비브리오패혈증이 어패류 섭취와 관련이 있어, 이 시기엔 경각심이 높아진다.

비브리오균은 주로 여름철 따뜻한 바닷물에서 증식하는 해양 세균이다. 질병관리청 호남권질병대응센터 진단분석과에서 발표한 ‘2023년 국내 해양환경 내 병원성 비브리오균 분포 및 해양환경인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병원성 비브리오균은 7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검출된다. 이러한 비브리오패혈증균과 장염비브리오균의 경우 수온 및 기온이 높을수록 검출률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 비가 오면 높아지는 습도… “비브리오균 증식 유의미한 차이 없어”

이 중 비브리오패혈증은 제3급 감염병으로 각별히 주의된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비브리오패혈증균(V. vulnificus)의 감염에 의한 급성패혈증이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포털에 따르면 비브리오패혈증은 해수 온도가 18℃ 이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 잘 발생한다.

이 균은 주로 해산물을 날로 먹거나 덜 익혀서 먹을 경우, 상처 난 피부가 오염된 바닷물에 접촉되었을 때 감염된다.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리면 급성 발열·오한·혈압 저하·복통·구토·설사가 나타난다. 만성 간 질환자·당뇨병 등 고위험군은 치명적인 패혈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습도가 높은 환경이 해산물 내 비브리오균의 증식을 키우고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을까. 

비브리오균패혈증균은 아가미, 껍질, 내장 등에 주로 붙어 있다. 활어의 근육 속으로는 침입하지 못한다. 위생적인 도구로 손실된다면 횟감의 살점은 균에 오염되지 않는다. / 게티이미지뱅크
비브리오균패혈증균은 아가미, 껍질, 내장 등에 주로 붙어 있다. 활어의 근육 속으로는 침입하지 못한다. 위생적인 도구로 손실된다면 횟감의 살점은 균에 오염되지 않는다. / 게티이미지뱅크

학계 일부에선 습도가 비브리오균 증식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영제 교수는 “과거 연구실에서 실험을 통해 습도 차이가 식중독균 증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자신이 저술한 서적(‘생선회 100배 즐기기’)을 통해 이러한 실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서적에 따르면 연구실은 넙치회에 식중독균(비브리오균패혈증균)을 오염시킨 뒤 △겨울철 평균 습도 40%, △여름철 습도 70% △비 오는 날 습도 90%로 각각 조절된 용기에 넣고 30° 환경에 보관하면서 균의 증식 정도를 실험했다. 1시간과 2시간, 5시간 주기로 관찰한 결과 비브리오패혈증균 수는 습도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연구실의 설명이다. 5시간 관찰 기준으로 비브리오균패혈증균 수는 △습도 40% 1만8,930마리 △습도 70% 1만9,250마리 △습도 90% 1만9,110마리로 나타났다.

◇ 비 오는 환경보다 중요한 건 ‘위생관리’

특히 비브리오균패혈증균은 아가미, 껍질, 내장 등에 주로 붙어 있다. 활어의 근육 속으로는 침입하지 못한다. 이에 설령 생선이 비브리오균패혈증균에 감염돼 있다고 하더라도 손질 단계에서 제거가 된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여름철 바닷물에는 비브리오균패혈증균도 있고, 여러 가지 균이 있다”며 “이렇게 오염이 되더라도 껍질이나 아가미에 묻어있고 살점으로 파고 들어가지 못한다. 보통 활어회는 바로 손실을 해서 살점을 먹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껍질째 먹는 생선회 같은 경우엔 주의가 필요하다”며 “예컨대 여름철엔 전어회 같은 경우엔 먹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광역단체 산하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여름철 시기엔 비브리오패혈증균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경상북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비브리온균 증식은 수온과 관계가 깊어, 이 시기엔 감시와 예방 활동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철 비가 많이 와 습도가 높아져서 해수 내 균의 증식이 활발해진다고는 단정짓긴 어렵다”며 “물론 하천의 물이 넘쳐 바닷물의 염분 농도에 영향을 줘 균의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비가 오는 환경이 생선의 안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선회의 안정성은 비 오는 환경 자체보다는 위생 관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회가 손질됐을 때는 문제가 된다”며 “손질할 때 사용하는 칼이나 도마를 통해 균에 오염될 위험이 있으므로 이 시기엔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종합하면 ‘비가 올 때 생선회를 먹으면 탈이 난다’는 속설은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여름철 식중독을 유발하는 해양 세균인 비브리오균은 아가미, 껍질 등에 기생한다. 생선회의 근육에서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생적인 도구로 회를 떴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 오는 환경 자체보다는 생선회 신선도와 위생관리에 따라 생선회 섭취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최종 결론: 대체로 사실 아님 

근거자료 및 출처
2023년 국내 해양환경 내 병원성 비브리오균 분포 및 해양환경인자 분석
  질병관리청 호남권질병대응센터 진단분석과
비브리오 패혈증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포털
 
‘생선회 100배 즐기기’(조영제 저서)
   
조영제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 인터뷰 
   
경상북도보건환경연구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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