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 상반기 판매, 중국이 지운 유럽 성장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폭스바겐그룹의 올해 상반기 성적표는 지역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유럽과 남미에서는 판매가 늘었지만 중국에서 34만대가 넘는 물량이 빠졌다. 순수 전기차(BEV)도 유럽에서는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중국과 미국에서 급감했다. 글로벌 인도량 413만대라는 외형보다 지역별 수요 격차가 더 뚜렷하게 드러난 상반기였다.

폭스바겐그룹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차량 인도량은 412만57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감소했다. 감소 대수는 약 28만대다. 중국 인도량은 131만3800대에서 97만3000대로 25.9% 줄었다. 중국에서만 34만800대가 감소해 그룹 전체 감소 폭을 웃돌았다. 중국을 제외하면 폭스바겐그룹의 글로벌 인도량은 약 2% 증가했다.

유럽과 남미의 성장은 중국의 공백을 메우기에 부족했다. 서유럽 인도량은 2.9% 증가한 174만8400대, 중·동유럽은 7.2% 늘어난 29만2600대를 기록했다. 남미도 8.3% 성장했고 브라질에서는 증가율이 17.1%에 달했다. 유럽과 남미에서 약 9만4000대가 늘었지만 중국에서 사라진 물량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폭스바겐그룹의 상반기는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본토인 유럽에서는 전동화 수요가 되살아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 중심의 경쟁 구도가 더욱 강해졌다. 북미 역시 상반기 인도량이 3.1% 감소했다. 2분기에는 7.7% 반등했지만 미국 판매는 관세와 규제 변화 속에서 7.4% 줄었다.


전기차 실적에서는 지역 간 격차가 더 컸다. 폭스바겐그룹의 상반기 글로벌 BEV 인도량은 43만8500대로 전년 동기보다 5.8% 감소했다. 유럽에서는 37만7000대를 인도해 8.4% 성장했지만 미국은 68.8%, 중국은 47.9% 급감했다. 유럽에서 2만9100대가 늘어나는 동안 미국과 중국에서는 합계 5만대가 빠졌다.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폭스바겐그룹의 입지는 오히려 강화됐다. 서유럽 BEV 시장점유율은 20%에서 21%로 높아졌다. 유럽 내 BEV 주문량은 지난해 말보다 50% 이상 증가했고 전체 주문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넘어섰다. ID. 폴로와 스코다 에픽, 쿠프라 라발 등 도심형 전기차 제품군은 출시 초기 5만4000건 이상의 주문을 확보했다.

다만 주문 증가가 글로벌 전기차 판매 회복으로 연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판매 실적은 유럽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상반기 폭스바겐그룹의 전체 BEV 인도량 가운데 유럽 비중은 86%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 기반을 회복하지 못하면 유럽 성장만으로 글로벌 전동화 실적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브랜드별 실적도 폭스바겐그룹 내부의 온도 차를 보여준다. 핵심인 폭스바겐 승용차 브랜드는 상반기 인도량이 10.9% 감소한 206만7500대에 그쳤다. 아우디는 7.2%, 포르쉐는 16.5% 줄었다. 반면 스코다는 9.1%, 폭스바겐 상용차는 7.1% 성장했다. 그룹 전체 감소분 가운데 상당 부분이 폭스바겐 승용차와 아우디, 포르쉐에서 발생했다.

전기차에서는 스코다의 약진이 더 두드러졌다. 스코다 BEV 인도량은 10만8200대로 48.3% 증가했다. 폭스바겐 승용차 BEV는 28.2% 감소했고 아우디와 포르쉐도 각각 6.3%, 30.8% 줄었다. 그룹의 유럽 전기차 성장세를 대표 브랜드인 폭스바겐보다 스코다가 이끌고 있는 셈이다. 스코다 엘로크는 5만9900대가 판매돼 그룹 내 최다 판매 BEV에 올랐고 폭스바겐 ID.4와 ID.5가 5만3700대로 뒤를 이었다.

폭스바겐그룹은 순수 전기차에만 의존하지 않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상반기 PHEV와 EREV 인도량은 24만6000대로 27% 증가했다. 중국에서 출시한 첫 EREV 모델 ID. ERA 9X도 1만대 이상 판매됐다. 중국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 판매가 줄어든 상황에서 현지 수요에 맞춘 파워트레인 다변화가 시작된 모습이다.

폭스바겐그룹의 상반기 실적을 전기차 부진으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 유럽에서는 BEV 주문과 인도량, 점유율이 모두 성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성과가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판매 감소와 미국의 전기차 부진, 핵심 브랜드의 동반 하락이 유럽의 회복을 지웠다.

하반기 관건은 유럽에서 쌓인 전기차 주문을 실제 인도량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중국에서 현지 개발 차량과 EREV를 얼마나 빠르게 안착시키느냐다. 폭스바겐그룹이 회복해야 할 것은 410만대라는 판매 규모보다 지역과 브랜드 사이에서 무너진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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