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그룹 리센느(RESCENE) 멤버 원이의 고향 사투리 발언을 둘러싼 이른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말투’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어문 규범의 최고 권위 기관인 국립국어원에도 관련 용법을 묻는 유권해석 질의가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통 플랫폼 ‘온라인가나다’에는 ‘경상도 방언 “-노” 체에 대한 질문’이라는 제목의 민원 글이 접수됐다. 자신을 경북 북부 지역에서 40년 동안 거주해 온 토박이라고 소개한 작성자 A씨는 “아주 어릴 때부터 ‘무섭노’, ‘잘했노’, ‘직이노’, ‘멋있노’ 등의 ‘-노’ 종결어미를 자연스럽게 사용해 왔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이어 “‘-노’ 어미체가 단순히 문법적인 의문사와 함께 쓰이지 않더라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한 경탄이나 상대방에게 확인을 받고 싶은 의도, 혹은 순수한 감탄의 형태로도 널리 사용된다고 학술적으로 연구되어 온 것으로 안다”라며 실제 경상도 주민들의 언어생활을 짚었다. 다만 그는 “같은 경상도 지역 내에서도 이러한 용법을 다소 어색해하는 이들이 있고, 타 지역 사람들은 이를 최근 온라인에서 악용되는 혐오성 말투나 변질된 사투리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사투리에도 올바른 사용법을 규정할 수 있는지, 학술적 근거가 존재하는지 국립국어원의 공식 답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 측은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인 ‘우리말샘’에 따르면, ‘-노’는 경상도 지역의 방언으로서 의문사가 있는 의문문에서 용언의 어간이나 일부 어미 뒤에 붙어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로 뜻풀이하고 있다”라고 일차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감탄형이나 독백 등 확장된 용법에 대해서는 “’-노’의 구체적인 쓰임과 상세한 어법 맥락에 대해서는 학자들에 따라 다양하고 세부적인 의견이 대립할 수 있어, 온라인가나다 상담을 통해 특정 사안을 단정하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며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번 사투리 어법 논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달 28일 리센느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이었다. 경남 거제 출신이자 거제시 홍보대사로 활약 중인 원이는 동료 일본인 멤버 미나미의 현지 자택을 방문한 콘텐츠를 촬영하던 중, 으스스한 분위기에 현장 제작진이 “뭐야 무섭노?”라고 묻자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자연스럽게 맞받아쳤다.
이 장면을 두고 일각에서는 문장 끝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식 혐오 말투를 쓴 것이 아니냐는 마녀사냥식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김현지 PD가 자신의 SNS를 통해 “혐오 표현이 놀이가 되다 못해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원형을 오염시키고 있다”라며 일베식 표현이라고 정면 저격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반면 경상도에 연고를 둔 수많은 네티즌은 “부모님 세대도 일상적으로 쓰는 감탄형 독백 사투리일 뿐”이라며 지나친 ‘일베 몰이’라는 반발을 쏟아냈다. 경북 안동 출신의 베테랑 개그맨 김시덕 역시 자신의 SNS에 “세상이 와이리 ‘무섭노?’”라고 응수하며 “과거 사투리 개그를 위해 수많은 방언 책을 공부했다. 원이 님이 사용한 ‘무섭노’는 정당한 의문형 내지 감탄형 종결어미가 맞으며, 소중한 문화자산인 사투리에 억지 프레임을 씌워서는 안 된다”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가운데 국어 전문 기관마저 명확한 문법적 규정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만큼, 지역 고유의 말맛과 온라인 혐오 표현의 경계를 둘러싼 대중의 갑론을박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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