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에서 오래 장사하던 임차인이 가게를 정리하며 상담실을 찾을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제 나가는데, 권리금은 임대인한테 받으면 되는 거죠?” 수천만 원을 들여 가게를 꾸미고 단골을 쌓아온 임차인일수록, 그 값을 건물주가 당연히 치러줄 것이라 믿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권리금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내어주는 돈이 아니다. 임대인이 책임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권리금 자체가 아니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을 때의 손해다.
왜 그럴까. 권리금은 본래 떠나는 임차인과 새로 들어올 신규 임차인 사이에 오가는 돈이다. 시설과 단골, 영업 노하우의 값을 새 임차인에게서 받아 나가는 것이 권리금의 본모습이다. 임대인은 이 거래의 당사자가 아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에게 지운 의무는 권리금을 지급할 의무가 아니라,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에게서 권리금을 거둘 기회를 방해하지 말 의무다. 법은 임대차가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될 때까지,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새 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건네지 못하게 막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차임과 보증금을 불러 거래 자체를 깨뜨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그렇다면 임대인은 언제 돈을 무는가. 임대인이 이 의무를 어겨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 된 때다. 다만 그때 임대인이 지는 것은 권리금을 대신 지급하는 책임이 아니라, 방해로 입힌 손해를 배상하는 책임이다. 금액도 끝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주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가운데 더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 임차인이 처음 들어올 때 치른 권리금을 임대인이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임대인은 권리금을 지급하는 사람이 아니라, 권리금이 회수되는 길목을 막지 말아야 할 사람일 뿐이다.
임차인은 가만히 있어도 이 보호를 받는가. 그렇지 않다. 모든 출발점은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하는 데 있다. 권리금을 치를 만한 사람을 직접 찾아 임대인에게 연결하는 절차를 밟아야 비로소 임대인이 그 거래를 방해했는지를 따질 수 있다. 임차인이 아무도 데려오지 않은 채 권리금만 요구할 수는 없다. 게다가 임대인에게는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 새 임차인이 차임을 낼 능력이 없거나 의무를 어길 우려가 뚜렷하다면 임대인은 거절해도 책임지지 않는다. 임차인 자신이 차임을 3기에 이르도록 연체하는 등 의무를 어긴 경우라면 보호 자체가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임차인이 챙겨야 할 순서는 분명하다. 첫째, 임대차가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새 임차인을 적극적으로 주선하고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분명히 알린다. 둘째,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해 금액을 객관적인 자료로 남긴다. 셋째, 임대인이 거래를 방해한 정황을 문자나 통지로 기록해 둔다. 넷째,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이 기한을 넘기면 권리가 시효로 사라진다.
결국 임차인에게 필요한 것은 임대인이 권리금을 내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권리금이 누구에게서 어떻게 회수되는 돈인지를 정확히 아는 일이다. 권리금을 지키는 길은 임대인의 지갑을 바라보는 데 있지 않고, 임차인이 제때 밟는 회수 절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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