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조성… 나경원, 특검·국조 요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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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호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을 ‘기업 강요’라고 비판하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 뉴시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호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을 ‘기업 강요’라고 비판하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정부가 호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핵심으로 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기존의 경제성과 입지 타당성 논란을 넘어 정부가 기업 투자를 사실상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 ‘호텔경제학 시즌2’… 직권남용 공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과 SK 두 기업 총수를 들러리 세워 기업 강제배정, 기업 갈취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며 “겉으로는 허리 숙여 인사했지만 속으로는 기업의 허리를 꺾는 강제 갈취”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정부가 기업 투자와 국비 전력·용수 인프라 지원을 연계한 것은 일반적인 행정지원이 아니라 특정 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투자 강요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삼성전자와 SK그룹 총수를 만나 호남 투자 계획을 논의한 것은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단순히 사업성을 문제 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부가 기업 투자 결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논란의 쟁점을 경제성에서 기업 자율성 문제로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인프라 지원 권한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것인데 특정 지역 투자를 강요하는 데 악용됐다”며 “기업 투자를 조건으로 국비 전력·용수 인프라를 제공하겠다고 한 만큼 직권남용 여부를 특검으로 규명하고 국회 국정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남권 입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나 의원은 용수와 송전망, 전문 인력,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집적 등 산업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기업의 합리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이 우선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이 진정 원해서 짜낸 투자 계획이 아니라면 이번 발표는 ‘이재명식 호텔경제학 시즌2’가 될 뿐”이라며 “나중에 계획이 무산되고도 발표 당시 활기가 돌았다고 말한다면 국민을 상대로 한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 지도부도 정부 발표를 ‘정치쇼’라고 평가절하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는 메가 프로젝트가 아니라 메가 허풍 국민보고회였다”며 “실질적인 핵심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였고, 나머지 사업은 ‘호남 몰아주기’ 비판을 희석하기 위한 들러리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호남이어야 하는지, 어떤 검증과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며 “오늘 행사는 국가 전략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한 국민보고회가 아니라 민주당 전당대회와 정치적 위기를 덮기 위해 급조된 정치쇼였다”고 비판했다. 앞서 안철수 의원도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과 관련해 경제성과 입지 타당성, 개발이익에 따른 이해충돌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호남 지역 토지 보유 현황 공개를 촉구한 바 있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을 내세워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야당은 경제성 논란에서 기업 자율성 침해와 직권남용 의혹까지 쟁점을 확대하며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투자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정부의 기업 지원 방식 등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가 이날 발표한 반도체 프로젝트는 호남권 제2 생산거점 조성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수도권 용인·평택 생산거점 조기 완성과 함께 서남권을 제2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고, 동남·대경권은 소재·부품·장비 혁신거점, 충청권은 HBM 패키징 거점으로 구축하는 전국 단위 반도체 생산체계를 제시했다. 야당은 이 가운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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