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한다. 이 자리에서 호남에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메가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으로 대표되는 지역 균형 발전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첨단 전략 산업의 다극화를 통한 지역 성장 거점을 마련하고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막겠다는 구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둘러싼 정치적 시선을 어떻게 걷어낼 것인지가 이번 프로젝트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메가 프로젝트 관련 국민보고회를 열고 국내 기업의 첨단 전략 산업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전날(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잇달아 만나며 이러한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아마 나오는 숫자들이 매우 낯설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단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광주·전남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강원·충청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영남에는 피지컬 AI 종합 벨트 구상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언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2차전지 등 주요 사업에 향후 10년간 1,00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기업이 발표한 투자액 중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광주·전남에 설치될 것으로 알려진 ‘제2반도체 클러스터’다.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부터 이를 완성된 반도체 칩으로 만드는 후공정까지 아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메가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균형 발전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5극 3특’으로 규정되는 이재명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은 초광역 단위의 경제성장 엔진을 육성함으로써 수도권 일극 체제에 ‘버틸 힘’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전략 산업은 이러한 계획의 중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수도권 1극 체제의 극복을 위해 첨단 핵심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영남이나 충청, 강원, 제주, 호남 등으로 확대하는 획기적인 전략 산업의 다극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관치 경제’부터 ‘지역 갈등’까지… 정치 공방 ‘활활’
정부가 ‘균형 발전’을 앞세워 이번 프로젝트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번 사안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다. 작게는 이번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시점서부터 크게는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 문제까지 곳곳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제2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행이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표된다는 측면에서의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명청대전’으로 치러질 이번 선거에서 이 대통령이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향한 ‘선물’을 제공한 것이란 시선이다.
이러한 논리는 ‘관치 경제’라는 비판으로까지 이어진다. 청와대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기업을 압박, 졸속 추진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 역시 근거가 없지는 않다. 반도체 산업의 필수적 요소는 전력과 용수, 그리고 고급 인력 등이 기반돼야 함에도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논리다. 이는 오히려 지역 갈등의 불씨로도 작용하는 모양새인데,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국가 전략 산업의 투자 결정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공정한 경쟁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 비전과 이를 둘러싼 세세한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갈등을 조율하는 것은 이번 프로젝트의 평가를 좌우할 주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이를 둘러싼 여러 정치적 의구심에는 선을 그으면서 이번 사안이 논란이 확산하는 것은 경계했다. 이번 투자 결정은 반도체 호황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 기존에 계획했던 기업의 투자를 정부가 지원하는 차원이라는 입장도 강조했다. 이에 대한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사안을 지역 갈등의 요인으로 해석하는 것도 선을 그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관훈토론회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지역 갈등의 단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호남권 투자가 있을 것이고 충청권 투자가 있을 것이고 동남권도 있을 것이고 강원도도 있을 것”이라며 “지역별로 의미 있는 투자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기존에 용인에 짓기로 한 것을 옮겨가는 것이 아닌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추가로 늘리는 것이란 취지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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