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주 나물과 쌀, 양념을 넣고 물을 맞춘다. 전자레인지에 돌린 뒤 잠시 뜸을 들이면 한 끼 나물 솥밥이 완성된다. 잇더컴퍼니가 주목한 것은 즉석밥처럼 데워 먹는 간편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지어 먹는 '갓 지은 밥'의 수요다.

김봉근 잇더컴퍼니 대표는 "푸드테크가 꼭 공장 자동화만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좋은 식재료를 소비자가 가장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2018년 설립된 잇더컴퍼니는 육아맘 대상 간식 큐레이션 브랜드 '맘마레시피'를 2021년 출시했다. 당시 출산·육아 선물 시장에서 반응을 얻으며 성장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시장 환경은 달라졌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온라인 선물 시장은 고가·프리미엄 상품 중심으로 재편됐고, 출산율 하락으로 육아맘 대상 간식 카테고리도 한계에 부딪혔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엄마들을 위한 간식 박스로 시장에 안착했지만, 선물 시장의 성격이 바뀌고 출산율도 낮아지면서 새로운 전환이 필요했다"며 "잇더컴퍼니를 만들 때부터 회사의 방향은 먹거리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다시 주목한 것은 '밥'이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간편한 한 끼 시장을 염두에 뒀지만, 냉장·냉동 밀키트는 생산 물량과 유통기한, 폐기율 부담이 컸다. 이에 잇더컴퍼니는 쌀과 제주 나물, 양념을 모듈처럼 구성한 상온 솥밥 조리키트 ‘끼니키트’를 출시했고 이후에는 2~3인용 끼니키트의 1인용 버전인 '끼니포켓'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제품군도 밥과 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식몰에는 컵 형태 블록국 제품 '컵쿡에브리데이', 1인용 나물 솥밥 조리키트 '잇더밀 끼니포켓', 밥솥에 부어 조리하는 '잇더밀 나물 한끼' 등이 주요 상품으로 올라와 있다. 기존 맘마레시피가 육아맘 대상 간식 큐레이션에 가까웠다면, 현재는 제주 나물과 간편 조리 방식을 결합한 한 끼 식사 제품으로 사업 축이 이동한 셈이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차별점은 '직접 지어 먹는 밥'이다. 끼니포켓은 즉석밥처럼 데워 먹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쌀과 식재료를 넣고 전자레인지 밥솥으로 직접 조리하는 방식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한국식 밥 짓기나 뜸 들이기 같은 개념이 낯설 수 있다"며 "끼니포켓은 한국인이 밥을 먹는 방식을 간편하게 경험하도록 설계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물의 향과 식감을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밥을 선택했다"며 "밥을 대체하는 제품이 아니라 제주 나물을 더 편하고 맛있게 즐기기 위한 방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당초 잇더컴퍼니는 끼니포켓의 주요 소비층을 2030세대와 육아 가정으로 봤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직접 지은 밥에 가까운 한 끼를 원하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구매와 문의는 건강과 맛을 함께 챙기는 중장년층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잇더컴퍼니에 따르면 자사몰 기준 구매자 중 40대 이상 비율은 80%를 넘는다. 전화 문의 역시 90% 이상이 50대 이상 고객으로, 60대 소비자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전자레인지로 갓 지은 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밥솥을 쓰지 않거나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김 대표는 "어르신 고객 중에는 일부 시판 즉석밥을 건강한 식사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전기밥솥 없이도 직접 지은 밥에 가까운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이 제품의 필요성을 더 빠르게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반응은 B2B·B2G 영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잇더컴퍼니는 제주도 경로당 맞춤형 제품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지역 실버타운에서도 시범 운영 이후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조리 인력이나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는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제품의 활용도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컵쿡은 잇더컴퍼니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이다. 컵쿡은 조리된 국 재료를 동결건조해 블록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소비자는 컵이나 그릇에 블록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국을 먹을 수 있다. 분말 스프 중심의 즉석국과 달리 건더기의 식감과 국물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컵쿡은 설명이 길지 않아도 소비자가 바로 이해하는 제품"이라며 "뜨거운 물만 부으면 집에서 끓인 것 같은 국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 캠핑, 사무실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는 잇더컴퍼니 사업의 또 다른 축이다. 회사는 2020년 본사를 제주로 옮겼다. 제주 식재료를 활용해 프리미엄 간편식을 만들겠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건강을 말할 때 유기농이나 논GMO 같은 표현이 많이 쓰이지만, 소비자 피로도도 높아졌다"며 "제주는 산해진미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함께 가진 지역"이라고 했다.
이어 "정작 제주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식재료의 가치를 익숙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제주 나물과 해산물, 농산물을 소비자가 편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품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역 농가와의 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잇더컴퍼니는 협동조합, 산림조합, 지역 생산·가공 업체 등과 협력해 제주 식재료를 수급하고 있다. 향후에는 계약재배 방식도 검토한다.
김 대표는 "모양은 고르지 않아도 신선도와 맛이 좋은 식재료를 활용하면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가 되고,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로컬푸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화 기반도 여러 창업지원·보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져왔다. 잇더컴퍼니는 초기창업패키지와 창업도약패키지, Pre-TIPS, TIPS 등에 선정됐으며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 IBK기업은행(024110) 'IBK창공', 서울창업허브 키친인큐베이터, JDC 제주혁신성장센터 Route 330 ICT, 농식품 기술창업 액셀러레이팅 등을 거치며 제품 고도화와 시장 검증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끼니포켓으로 레드닷 어워드 디자인 콘셉트 부문에서 수상했다. 김 대표는 이번 수상을 단순한 패키지 디자인 성과보다 식경험 설계에 대한 평가로 보고 있다.
해외 시장도 타진하고 있다. 잇더컴퍼니는 올해를 수출 가능성을 검증하는 원년으로 삼고 외국에 테스트 물량을 보내 현지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이 K푸드를 대중화했다면, 우리는 한국의 밥 먹는 경험과 로컬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며 "한국식 레시피를 현지 식재료와 결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잇더컴퍼니가 단순 간편식 기업을 넘어 로컬푸드의 가치를 새롭게 전달하는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
그는 "식품 자체만으로 대기업과 가격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제주 나물을 전자레인지 솥밥이라는 경험으로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나물에서 제주도의 육류와 해산물까지 상온가능한 솥밥형태로 확장을 전개하고 있다.
이어 "제주 식재료가 가진 힘을 소비자가 더 쉽게 경험할 수 있게 만들고, 로컬푸드에 새로운 식경험을 더하는 푸드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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