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항공사의 친환경은 거창한 선언보다 숫자에 반응한다. 항공기 무게가 줄면 연료 사용량이 줄고, 엔진 효율이 좋아지면 정비비와 운항비가 내려간다. 항로가 짧아지고 지상 이동 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탄소배출도 함께 낮아진다. 진에어가 최근 꺼낸 친환경 전략도 출발점은 비용 구조다.
진에어(272450)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항공기 경량화, 엔진 세척 자체 수행, 항로 단축, 원엔진 택싱 등을 통해 연료 효율 개선에 나서고 있다. ESG나 탄소중립이라는 큰 구호보다 항공사가 매일 마주하는 연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과적으로 비용절감과 탄소배출 저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항공기 무게를 줄이는 작업이다. 진에어는 B738NG와 B737-8 계열 항공기 29대를 대상으로 기내 경량 카펫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2028년 중순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완료 시점을 올해 말로 앞당겼다.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연료비 절감 효과를 더 빨리 확보하려는 판단이다.
현재까지 교체 대상 29대 가운데 16대의 작업이 끝났다. 교체가 완료되면 항공기 1대당 무게는 70~80㎏ 줄어든다. 새로 도입되는 경량 카펫은 기존 제품보다 무게가 38% 낮다. 진에어는 연간 운항 편수를 감안할 때 매년 2340톤 이상의 탄소배출 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항공기에서 70~80㎏은 승객 한 명 남짓한 무게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항공사는 같은 무게를 수천 편의 운항에서 반복해 실어 나른다. 작은 감량이 반복되면 연료비 차이로 돌아온다. 특히 LCC는 운임 경쟁력이 수익성의 핵심인 만큼, 기체 경량화는 친환경 활동이면서 동시에 비용 방어 수단이 된다.
정비 영역에서도 비용 구조를 손보고 있다. 진에어는 엔진 내부 이물질을 고압의 물과 세정제로 제거하는 엔진 세척 작업을 올해 안에 100% 자체 수행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엔진 세척은 연소 효율을 개선하고 배기가스 온도를 낮춰 엔진 수명과 운항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
그동안 외부 의존도가 있던 작업을 자체 정비로 돌리면 연간 수억 원 규모의 정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단이 늘어날수록 효과는 더 커진다. 자체 정비 체계가 갖춰지면 항공기 운항 일정에 맞춰 세척 시점을 조정할 수 있어 정비 운영의 유연성도 높아진다.
운항 방식도 손보고 있다. 진에어는 일본과 대만 등 주요 취항 노선을 중심으로 항로 단축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시가키 관제 당국과 협의해 이시가키~인천 노선의 단축 항로를 개발했고, 시험 운항을 거쳐 지난 4월 중순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해당 항로를 이용하면 비행 거리는 기존보다 약 100㎞ 줄어든다. 편도 기준 평균 7분의 비행시간과 약 227㎏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짧아진 7분도 작지 않다. 항공유 가격, 운항 횟수, 기재 회전율을 함께 놓고 보면 시간 단축은 곧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지상 이동 과정에서는 원엔진 택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착륙 후 이동할 때 두 개의 엔진 중 하나를 끄고 주행하는 방식이다. 운항 안전을 전제로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이는 조치다. 하늘에서의 항로뿐 아니라 지상에서의 이동 방식까지 연료 효율 관리 대상이 된 셈이다.
이번 조치들은 각각 따로 보면 작은 개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항공업은 작은 수치가 누적되는 산업이다. 카펫 무게, 엔진 세척 주기, 비행거리, 지상 이동 방식이 모두 연료비와 연결된다. 진에어가 말하는 친환경 성과도 이 누적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다.
진에어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 운항 경쟁력 제고와 비용 절감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항공기 운영 프로세스 전반의 비용 절감 노력이 친환경 성과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 친환경은 더 이상 별도의 캠페인으로만 다뤄지기 어렵다. 연료비가 비용 구조를 압박하는 한, 탄소 감축은 효율 개선과 같은 선 위에 놓인다. 진에어의 이번 행보는 LCC가 친환경을 말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덜 싣고, 덜 태우고, 덜 돌아가는 일. 지금 항공사에 필요한 친환경은 그 계산에서 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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