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이하 영풍)과 고려아연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회계처리 위반 의결 조치 등을 놓고 맞붙고 있다.
◇ 영풍, 고려아연에 “적반하장식 공세 유감” 반박
영풍 측은 17일 고려아연이 증선위의 영풍 회계처리 위반 의결과 관련해 입장문을 낸 것과 관련해 “증선위 의결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며 적반하장식 공세를 펴는 고려아연 최윤범 사내이사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영풍 측은 “최 이사 측은 남을 지적하기에 앞서, 최근 증선위 중징계로 드러난 자신들의 치명적인 회계 부정과 경영 비위 의혹부터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증선위는 지난 10일 제11차 정례회의에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혐의로 영풍과 고려아연에 대해 각각 중징계를 의결했다.
영풍은 토양·지하수 정화충당부채 과소계상과 유형자산 손상차손 과소계상 혐의 등이 드러났다. 고려아연은 투자자산 평가손실 및 손상차손 등을 과소계상한 혐의 등이 확인됐다.
이후 양측은 각사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건과 관련해 서로를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을 상대로 “정화의무 관련 과소계상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날 영풍 측은 “자신의 비위와 중징계 사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맞불을 놨다.
영풍 측은 “지난 10일 증선위는 고려아연의 심각한 회계처리 기준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를 의결했다”며 “이는 그동안 고려아연의 투자 의사결정, 회계처리, 내부통제 및 감사 체계 전반에 걸쳐 중대한 불법성과 모럴해저드가 존재해 왔음을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청호컴넷 관련 거래, 이그니오 투자 및 손실 처리에 대해서는 시장과 주주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해왔다”며 “여기에 금융감독원 감리와 이번 증선위 조치, 국세청 특별세무조사까지 더해지면서 그 심각성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윤범 이사의 초·중학교 동창이 설립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이며, 이그니오 투자 건 역시 이사회의 정상적인 심의 과정도 없이 최윤범 이사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강행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특히 증선위 의결에는 감사 절차의 정상적 진행을 어렵게 한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당사의 회계상 추정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언론 보도를 근거로 “고려아연이 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및 비상장회사 투자 구조, 이그니오홀딩스 투자와 관련한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초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4국은 주로 기업의 탈세, 비자금 조성, 횡령 등 구체적인 혐의 등이 포착됐을 때 사전 예고 없이 투입되며, 심층 세무조사를 전담한다. 특별세무조사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간 영풍 측은 자본잠식 상태인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 및 주주에게 손실을 초래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고려아연이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당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게 영풍 측의 주장이다. 또한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는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펼쳐왔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후, 고려아연에 대한 회계 감리에 돌입했다. 시장에선 당국이 이그니오홀딩스의 인수 시 가치 산정이 과대 계상되지 않았는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손실이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것으로 관측해왔다.
최근 공개된 의결 조치 내용을 살펴보면 고려아연은 회계 처리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산의 평가손실과 손상차손을 과소계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상품 및 관계기업투자의 공정가치 및 회수가능액이 감소했음에도 관련 평가손실(손상차손)을 과소계상했다는 게 증선위의 설명이다. 이에 따른 과소계상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022년엔 212억원, 2023년엔 1,393억원으로 판단했다.
또한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미기재, 종속회사에 대한 영업권 등 손상차손 과소계상, 외부감사 방해 등의 사실도 확인됐다. 증선위는 종속회사에 대한 영업권 가치가 하락했음에도 고려아연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봤다. 해외 종속회사 관련 영업권 손상차손 과소계상액은 연결 기준 2022년 1,636억원, 2023년 1,665억원, 2024년 1,898억원으로 판단됐다.
◇ 영풍·MBK “고려아연, 이그니오 고가 인수 의혹 조사해야”
증선위는 회계처리상 문제가 드러난 투자자산과 해외 종속 자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 측은 종속회사에 대한 영업권 등 손상차손 과소계상 적발 건이 이그니오홀딩스와 관련된 건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증선위의 고려아연 회계기준 위반 조치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22년 말 재무제표 작성 시점에 이그니오홀딩스 관련 영업권 3,234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36억원의 회수 불가능한 손실(손상차손)을 인식했어야 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해당 (증선위 의결 관련) 사안은 고려아연의 종속회사에 대한 손상차손 인식과 반영시점, 회계처리 등에 대한 판단이라는 것이 당사의 입장”이라며 “손상차손의 평가는 고도의 추정과 판단의 영역이며, 현재 고려아연의 재무제표에 끼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영풍·MBK 측이 일방적으로 반복해 주장해 온 특정 투자 결정의 적정성과 법인자금 사용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영풍 측은 2024년부터 최윤범 회장 측과 극심한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고려아연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회장이 공동 창립한 영풍 계열사로,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장씨 일가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공동 경영 체제를 수십 년간 구축해왔지만 몇 해 전부터 갈등이 격화돼왔다.
영풍 측은 무분별한 투자가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공세에 나섰고, 양측은 지분싸움과 법정 다툼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고려아연의 각종 투자 이슈는 ‘경영권 분쟁’에서 주요 쟁점 중에 하나였다. 과연 이번 증선위 결과가 양측의 경영권 분쟁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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