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당권 경쟁이 연일 정치권 이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 대표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고,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책임론과 당 수습 방안을 둘러싼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정당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될 때마다 공천권 논란이 함께 부상한다는 점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총선 공천권이 당권 경쟁의 중요한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당권 경쟁의 이면… 공천권 전쟁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장면이 반복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다. 특정 계파나 지도부에 집중된 공천 권한을 국민에게 돌리자는 취지의 이 제도는 10여 년 전에도 정치권 화두였고, 최근 들어 다시 정치개혁 논의의 한 축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공천권을 둘러싼 정치권의 오랜 논쟁이자 정당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제도로 평가받는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 방식이다. 당원이나 대의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 공천 방식과 달리 일반 유권자에게도 후보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정 계파나 지도부가 공천권을 독점하는 구조를 완화하고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정치권에서 꾸준히 논의돼 왔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정치권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시기는 2015년이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전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며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공천 과정에서 반복되는 계파 갈등과 이른바 ‘밀실 공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직접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시에는 새누리당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까지 참여하는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도 이뤄졌다.
하지만 제도 도입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선 방식에 대한 이견이었지만 정치권에서는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공천이 필요한 지역이 있다는 주장과 국민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고, 당시 여권 내부에서는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도 격화됐다.
결국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는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총선 공천 국면으로 넘어갔다. 이후 공천 과정에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특히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지역 공천을 둘러싼 충돌이 이어지면서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은 정점에 달했다. 당시 김무성 대표가 일부 후보 추천장에 직인을 찍지 않은 채 부산으로 내려간 이른바 ‘옥새파동’은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이 얼마나 큰 정치적 파장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옥새파동을 단순한 계파 갈등 사건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픈프라이머리 논의가 등장했던 배경 역시 결국 공천권 문제였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다는 분석이 적잖다. 공천권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제도 개혁 논의로 이어졌고, 제도 개혁이 무산되자 다시 공천 갈등으로 폭발했다는 것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야 모두 당권 경쟁이 본격화될 때마다 차기 총선 공천을 둘러싼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당대표 선거가 단순한 지도부 선출을 넘어 차기 정치 지형을 좌우할 승부처로 인식되면서 공천권 문제도 함께 부각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논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조기 대선 국면에서는 야권 후보 선출 방식을 둘러싸고 완전국민경선 방식이 거론됐고, 정치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공천 과정의 투명성과 국민 참여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오픈프라이머리가 과거의 정치 실험으로만 남지 않은 이유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정 계파나 지도부에 집중된 공천 권한을 분산할 수 있고,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가 주장했던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은 역선택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유권자가 같은 날 한 차례만 경선에 참여하도록 해 상대 정당 후보 선출에 개입할 가능성을 낮추자는 취지였다.
반면 신중론도 적지 않다. 역선택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데다 전국 단위 경선에 따른 비용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당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일반 유권자가 폭넓게 참여할 경우 정당의 정체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오픈프라이머리 논의가 등장할 때마다 찬반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오픈프라이머리가 단순히 과거의 정치 실험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권 경쟁이 격화될 때마다 이 제도가 반복적으로 소환되는 이유 역시 공천권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오픈프라이머리 논쟁은 “공천권이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라는 정치권의 오래된 질문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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