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페라리코리아가 서울 성수동에 한국 최초의 카사 페라리(Casa Ferrari)를 열었다. 신차 공개와 브랜드 팝업을 결합한 이번 행사는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페라리코리아는 8일 서울 성수동 쎈느(Scène)에서 카사 페라리 팝업 공간을 공식 오픈하고, 페라리 아말피 스파이더(Ferrari Amalfi Spider)를 국내에서 처음 공개했다.
카사 페라리는 이탈리아어로 '페라리의 집'을 뜻하는 브랜드 경험 공간이다. 그동안 해외 주요 도시와 글로벌 이벤트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페라리 특유의 환대 문화와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무대로 활용돼 왔다.

이번 서울 팝업은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카사 페라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장소가 성수동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성수동은 최근 자동차·패션·뷰티·식음료 브랜드가 소비자 접점을 실험하는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적인 전시장이나 쇼룸보다 브랜드 감각을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고, 젊은 소비층과 팬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수입차 브랜드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페라리가 성수동에서 꺼낸 메시지는 일반적인 팝업 마케팅과 결이 다르다. 대량 판매 브랜드가 젊은 이미지를 보강하기 위해 성수동을 찾는 경우와 달리, 페라리는 희소성과 독점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브랜드 경험의 외연을 넓히는 방식을 택했다.
◆'페라리의 집' 개방과 선별의 공존
카사 페라리 서울은 지상 2층 규모로 꾸며졌다. 차량 전시 공간과 실내 라운지, 야외 가든, 전용 카페, 포토존이 함께 운영된다. 방문객은 페라리 아말피(Ferrari Amalfi)와 아말피 스파이더(Amalfi Spider)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음료·디저트·젤라토 등을 즐기며 브랜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운영 방식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일반 방문객에게 공개되는 퍼블릭 세션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페라리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일 예약 오픈 이후 1시간여 만에 매진됐다. 고가 스포츠카 브랜드를 소유 가능한 소비자는 제한적이지만, 브랜드 세계관을 경험하려는 수요는 그보다 넓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시에 카사 페라리 내부에는 기존 오너와 잠재 고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2층 고객 전용 라운지에서는 프라이빗 차량 상담과 맞춤형 키링 제작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행사 기간 저녁 시간대에는 초청 고객 대상 이탈리안 만찬, 현악 앙상블 공연, VIP 디너 세션과 칵테일 파티도 진행된다.
오는 14일에는 페라리 고객을 초청해 WEC 르망 24시(24 Hours of Le Mans) 라이브 뷰잉 스페셜 세션을 연다. 페라리 브랜드에서 모터스포츠는 제품 이미지와 역사적 정체성을 연결하는 핵심 자산이다. 르망 24시를 카사 페라리 프로그램에 포함한 것은 브랜드 경험을 차량 전시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레이싱 헤리티지와 오너 커뮤니티로 확장하려는 구성이다.

결국 카사 페라리 서울은 대중 공개와 고객 전용 프로그램이 함께 설계된 공간이다. 일반 방문객에게는 페라리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진입점을 제공하고, 오너와 잠재 고객에게는 더 깊은 관계 형성의 장을 제공한다. 개방성과 독점성이 같은 공간 안에서 층위를 달리해 작동하는 셈이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브랜드 경험 공간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전환, 온라인 정보 확산으로 제품 차별성을 설명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브랜드가 소비자와 보내는 시간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특히 페라리 같은 초고가 브랜드에는 구매 전환보다 브랜드 선망과 오너십 가치를 관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카사 페라리 서울은 이 지점을 성수동이라는 대중적 무대 위에 올려놓은 사례다.
◆아말피 스파이더, 성능·라이프스타일 제시
이번 카사 페라리에서 국내 최초 공개된 아말피 스파이더는 행사 성격을 제품 차원에서 뒷받침한다. 아말피 스파이더는 페라리 아말피 쿠페의 비율과 실루엣을 바탕으로 오픈톱 주행 감성을 더한 모델이다. 차명은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에서 가져왔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역동성과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함께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파워트레인은 V8 터보 엔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최고출력은 640마력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3초 만에 도달한다. 브레이크-바이-와이어(Brake-by-wire) 시스템과 ABS 에보(ABS Evo) 컨트롤도 적용됐다. 시속 100㎞에서 정지까지 제동거리가 30m 수준이다.
오픈톱 모델의 성격을 보여주는 핵심 장비는 소프트톱이다. Z-폴드 방식으로 13.5초 만에 개폐되며, 시속 60㎞ 주행 중에도 작동한다. 5겹 패브릭 구조를 적용해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줄였고, 소프트톱을 닫은 상태에서는 255ℓ의 트렁크 용량을 확보했다.
개인화 요소도 강조된다. 아말피 스파이더 전용 패브릭 소프트톱은 6가지 색상과 2가지 직조 방식으로 제공되며, 콘트라스트 스티칭 옵션도 선택할 수 있다. 같은 소재를 도어 패널, 시트 등받이, 리어 루프 덱에 적용할 수 있어 외관과 실내의 연결감도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구성은 아말피 스파이더가 고성능 오픈톱 스포츠카의 전형적인 성능 지표만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640마력과 3.3초의 가속성능은 페라리 고유의 퍼포먼스를 설명하지만, 소프트톱 개폐 속도와 주행 중 작동 조건, 트렁크 용량, 소재 개인화 옵션은 오너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감각과 취향의 영역을 함께 겨냥한다.
카사 페라리라는 공간과 아말피 스파이더 공개가 함께 배치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페라리는 이번 행사에서 차량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픈톱 스포츠카가 놓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장면을 함께 제안했다. 성수동의 카페와 가든, 오너 라운지, 모터스포츠 뷰잉 프로그램은 모두 페라리라는 브랜드를 성능 수치 밖에서 체험하게 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티보 뒤사라(Thibault Dussarrat) 페라리코리아 대표이사는 "이번 공간은 페라리코리아 설립 당시 약속드렸던, 한국 고객들에게 페라리의 글로벌 비전과 부합하는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증명하는 자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수동에 이탈리아 최고급 저택의 안락한 무드를 재현한 만큼, 전용 카페와 야외 가든에서 페라리 특유의 감성과 호스피탈리티를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카사 페라리 서울은 오는 21일까지 운영된다. 일반 방문객 입장은 9일부터 가능하다. 페라리코리아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 팬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기존 오너와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경험 프로그램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카사 페라리 서울은 한국 수입차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경쟁 방식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제품 성능과 가격, 희소성만으로 브랜드를 설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이 머무는 공간과 시간까지 브랜드 자산으로 관리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페라리는 성수동에서 그 변화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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