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선관위 책임론이 전면 재선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을 포함한 전국 재선거를 요구하면서 정작 국민의힘이 승리한 서울시장 선거 결과까지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거 행정의 책임을 묻는 것과 선거 결과 자체를 뒤집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장 대표가 두 사안을 의도적으로 결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선거 패배엔 침묵, 재선거는 외친 장동혁
장 대표는 7일 기자회견에서 잠실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재선거 요구 집회를 언급하며 “이미 올림픽공원은 민주주의 성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선거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 국정조사, 특검, 사전투표 폐지 등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이번 선거의 공정성은 완전히 훼손됐다”며 “투표용지 부족이 유독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서 발생한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 결과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논리가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장 대표 주장대로 서울을 포함한 전면 재선거가 이뤄진다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역시 무효가 된다. 결국 국민의힘이 얻은 선거 결과까지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셈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7일 이 점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이긴 선거”라며 “이긴 선거를 무효로 돌리는 길은 현실적으로 낙선한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거나 오세훈 당선인이 스스로 사퇴하는 방법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며 “장 대표가 입에 올리는 서울 재선거는 곧 오세훈 당선인에게 그 자리 내려놓으라는 요구와 같은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30이 모여 있다고 기술적으로 안 되는 경우를 이야기한다든가,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나쁜 정치”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비판은 장 대표 주장에 담긴 현실적 한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 여부와 별개로 이미 확정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서는 법률이 정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의힘이 승리한 선거인 만큼 전면 재선거 주장은 결과적으로 자당의 승리까지 다시 판단받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직후 보수 진영의 관심은 선관위 책임 규명에 맞춰져 있었다. 선거 관리 부실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요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잠실 올림픽공원을 중심으로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커지고 2030 청년층의 참여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장동혁 대표는 직접 현장을 찾은 데 이어 기자회견에서 전면 재선거론을 꺼내 들었고, 선관위 책임론은 어느새 재선거 논쟁으로 확대됐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행보를 단순한 선관위 비판 차원으로만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송언석 원내대표 사퇴 이후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친윤계와 친한계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에 국회에 입성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선거 이후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장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선거 직후만 해도 당내 수습과 조직 정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지만, 잠실 집회를 계기로 당의 시선은 다시 선관위 책임론과 재선거 논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잠실 집회에서 분출된 여론을 당내 정치와 결합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선관위 책임론 자체는 보수 진영 내에서도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서울시장 선거까지 포함한 전면 재선거 요구는 상대적으로 결이 다른 주장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선관위 개혁과 재선거 요구를 동일한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거 관리 부실이 있었다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선거 결과 전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선관위, 민주당을 향해서는 연일 답변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힘의 선거 결과 평가와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제기한 재선거론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선관위 책임론에 앞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서울시장 선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당 지도부의 책임은 없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