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사랑이 존재하는 불완전한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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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관객을 찾는다. / 영화특별시 SMC
영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관객을 찾는다. / 영화특별시 SMC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열여덟 살이 되면 지구로 1년간 순례를 떠나야 하는 규칙이 있는 세상. 하지만 지구로 떠난 어떤 순례자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슬픔도 고통도 없는 유토피아를 뒤로하고, 그들은 왜 불완전한 세계를 선택했을까. 이것은 스스로 유토피아를 떠난 이들의 이야기다.

영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스스로 유토피아를 떠나 불완전한 세계를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40만 부 이상 판매된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수록작 가운데 처음으로 영상화된 작품으로, ‘명탐정 코난: 제로의 집행인’ ‘하이큐!! 투 더 탑’, ‘일본 침몰 2020’ 등 일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허평강 감독이 총감독을 맡았다.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그러나 스크린에서 되살아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단순히 원작을 시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원작이 남겨둔 빈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채워 넣으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확장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소피의 존재다. 원작에서 편지를 받는 대상, 독자에 가까웠던 소피는 영화에서 이야기의 중심축이 된다. 데이지와의 교감을 통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마주한 소피는 점차 능동적인 인물로 변화해 간다. 사랑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그의 여정은 작품이 품고 있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며, 불완전함마저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슬픔도 고통도 없는 완벽한 세계와 상처받을 위험이 존재하는 불완전한 세계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영화는 그 답을 강요하지 않고 세 인물의 여정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왜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지 차분하게 들여다본다.

스크린에서 되살아 난 김초엽 작가의 세계,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영화특별시 SMC
스크린에서 되살아 난 김초엽 작가의 세계,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영화특별시 SMC

작화와 음악 역시 영화의 강점이다. 사랑이 없는 완벽한 유토피아와 사랑이 존재하는 불완전한 세계를 색감과 분위기로 선명하게 대비시키며 원작의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낸다. 황소윤 음악감독의 음악 역시 몽환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작품의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채운다.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작품 특유의 따뜻한 SF 정서를 완성한다.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 또한 작품의 감성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김향기(소피 역)·박지후(데이지 역)·이주영(올리브 역)은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과장되지 않은 연기로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피의 불안과 성장, 데이지와 올리브가 품은 복합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애니메이션이 지닌 문학적 정서를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허평강 감독은 “‘완벽하지만 고통스러운 감정도 사랑도 없는 세계’와 ‘결함투성이지만 고통과 괴로움 안에 사랑이 존재하는 세계’ 사이에서 기꺼이 고통을 끌어안고 사랑을 선택한 사람들의 여정을 그렸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불완전한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서로를 사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원작 팬이라면 익숙한 이야기가 새로운 감각으로 되살아나는 즐거움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사랑과 선택에 관한 따뜻한 SF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 60분, 오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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