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규의 ESG 모델링36] 금융의 사다리를 다시 놓다下 로빈후드(Robinhood)가 바꾼 투자 문턱

마이데일리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고, 관련 종목에 투자한 사람들의 수익 소식이 들려온다. 그 흐름을 지켜보면서도 막상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는데, SK하이닉스 한 주 가격이 현재 190만원을 넘어서면서 관심은 있어도 선뜻 진입하기 어려운 종목이 됐기 때문이다 .

하물며 분산 투자를 위해 SK하이닉스 같은 우량주 몇 종목만 담아도 수백만 원이 필요하다. 또한 거래 수수료도 소액 투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으로 작용해 현실적인 부담이다.

투자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자산 시장에서 기회는 균등하지 않다. 목돈을 가진 사람은 우량주를 담고 배당을 받으며 자산을 불리지만, 소액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선택지가 좁고 비용 부담은 오히려 크다. 같은 시장에 있어도 출발선이 다른 구조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미국의 로빈후드(Robinhood)는 주식 거래 수수료를 완전히 없애고, 소수점 거래(Fractional Shares) 방식을 도입했다. 소수점 거래란 주식 한 주를 쪼개서 살 수 있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서 한 주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종목이라도 1만 원어치만 구매할 수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약 1100만 명에 달하며, 미국 내 20~30대 투자자 유입을 이끈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수수료 제로라는 개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로빈후드의 수익 구조는 주문 흐름 판매(PFOF, Payment for Order Flow) 방식에 기반한다. 사용자의 거래 주문을 마켓메이커(시장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금융기관)에게 전달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사용자는 무료로 거래하고, 플랫폼은 거래량이 늘수록 수익이 커진다. 소액 투자자가 많이 참여할수록 플랫폼에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인센티브가 설계된 셈이다.

소수점 거래가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은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고가 우량주를 동시에 담으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다.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월 10만 원의 여윳돈으로도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가 가능해졌다.

자금의 문턱 자체가 낮아진 것이다.

개개인의 투자 경험이 축적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소액으로 실제 시장에 참여하면서 주가 흐름을 읽고, 기업 실적 발표에 반응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금융 교육이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작은 금액을 시장에 투입하는 경험 자체가 금융투자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과정이다.

자산을 불리는 방법을 아는 것과 실제로 해본 것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크다.

국내에서도 소수점 거래가 실제로 시행되고 있다. 국내 상법은 주식을 쪼갤 수 없다는 주식 불가분의 원칙을 두고 있어 도입이 늦어졌지만, 2022년 9월부터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통해 길이 열렸다. 국내 주요증권사가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코스피(KOSPI)·코스닥(KOSDAQ)의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를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다만 국내 소수점 거래는 주식을 직접 쪼개는 방식이 아니라 수익증권 구조로 운영된다. 증권사가 투자자의 소수점 주문을 모아 한 주를 만든 뒤 예탁결제원에 신탁하고, 투자자는 자신이 매수한 소수점 비율만큼의 신탁수익증권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배당금은 소수점 단위에 비례해 받지만, 법적 소유권이 신탁기관에 있어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는 점은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로빈후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논란도 적지 않았다. 2021년 게임스탑(GameStop) 사태가 대표적이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가 집단적으로 게임스탑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가 단기간에 수십 배 폭등했고, 로빈후드 이용자도 대거 참여했다. 그런데 폭등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 로빈후드가 게임스탑 종목의 매수 주문을 차단했고, 소액 투자자는 플랫폼이 헤지펀드의 손실을 막기 위해 개미들의 거래를 먼저 막은 게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의회 청문회까지 열렸고, 소액 투자자 편이라던 플랫폼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PFOF 방식도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른다. 사용자 거래 주문을 마켓메이커에게 넘기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가 결국 투자자보다 금융기관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비판인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이 방식의 투명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접근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투자자를 보호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로빈후드 외에도 소수점 거래를 도입하는 모든 플랫폼이 안고 있는 공통된 숙제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빈후드가 만들어낸 흐름은 이미 시장을 바꿨다. 수수료 부담과 높은 최소 투자금이라는 두 가지 장벽이 낮아지면서, 소액으로도 우량주 중심의 분산 투자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실제로 만들어졌다. 자본 소득의 기회가 일부 계층에 집중되던 데서 월급 일부를 떼어 시장 성장에 올라탈 수 있는 인프라가 생긴 셈이다.

국내에서도 소수점 거래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현실화됐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청년도약계좌 같은 제도적 틀도 마련되고 있다. 접근성을 열어놓은 만큼, 그 안에서 소액 투자자도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갖추는 작업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

상편에서 다룬 어펌이 빌리는 구조를 바꿨다면, 로빈후드는 투자하는 구조를 바꿨다. 어펌은 갚을 수 있는 조건을 다양한 활동데이터로 설계했고, 로빈후드는 투자할 수 있는 문턱을 수수료와 최소 단위로 낮췄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기존 금융 구조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을 금융 참여자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바꿨다는 점에서 두 사례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양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람이 금융 시스템 안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빌리는 구조든 투자하는 구조든, 설계가 바뀌면 참여자가 바뀌고 참여자가 바뀌면 시장이 바뀌게 된다. 국내 금융 제도가 앞으로 채워가야 할 빈틈도 결국 그 설계의 문제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대표. <녹색금융으로 읽는 ESG 이야기>,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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