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는 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도시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어떤 도시는 과밀로 몸살을 앓는다. 산업은 흔들리고 돌봄은 부족하며, 개발은 삶과 충돌한다. 시사위크는 6·3 지방선거를 맞아 기획 시리즈 ‘도파민(도시로 파악하는 대한민국 미래)’을 통해 대한민국을 ‘사라지는 도시’와 ‘생겨나는 도시’라는 두 흐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도시가 처한 현실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함께 분석하며, 도시의 오늘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도파민’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지방이 사라진다는 말. 한때는 일부 농산어촌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지방소멸은 전국 단위 정책 의제로 떠올랐다. 청년은 수도권으로 이동했고, 출생아 수는 줄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과 학교, 상권 유지조차 어려워졌다. 지방선거 역시 이런 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역대 지방선거 공약 흐름을 보면 지방정치는 오랫동안 ‘인구 증가’를 지역 생존 전략으로 삼아왔다. 사람을 더 오게 하고, 떠나는 사람을 붙잡고, 기업과 산업을 유치해 다시 성장하겠다는 방식이었다. 지역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핵심은 비슷했다. 결국 지방소멸 대응 역시 “사람을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의미다.
◇ 지역 인구, 붙잡기 공약
지방선거 공약 변화는 시대 흐름과 맞물려 있었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도시개발과 안전 공약 비중이 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전국적인 의제로 떠오른 영향이다. 이후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부상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출산·보육·청년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공공의료와 생활 회복 공약 비중이 커졌다.
그리고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은 지방소멸과 인구감소가 핵심 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지방정치가 바라보는 방향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당수 공약이 출산과 청년, 기업 유치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역대 지방선거 공약 흐름을 보면 지역별 위기에 따라 정책 방향은 조금씩 달라져 왔다. 저출생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 의제로 떠오른 2018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출산·보육·청년 정책 비중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광주에서는 맞춤형 출산·보육 지원 공약이 등장했고, 충남과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귀농·귀촌과 청년 정착 지원 정책이 반복적으로 제시됐다.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청년 주거와 교통 공약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경기와 인천 등 신도시 지역에서는 교통망과 생활 인프라 확충 공약이 확대됐고, 부산에서는 청년 정책과 ‘15분 생활권’ 조성이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됐다. 인구 감소보다 청년 유입과 과밀 문제가 동시에 나타난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산업 쇠퇴를 겪은 지역에서는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공약이 중심이 됐다. 폐광 이후 인구 감소를 겪은 강원 남부권과 조선업 침체 영향을 받은 경남 일부 지역에서는 산업 회복과 고용 창출 공약 비중이 컸다. 군산 역시 한국GM 공장 철수 이후 산업과 일자리 문제가 지방선거 핵심 의제로 자리 잡았다.
생활 인프라 유지가 중요한 지역에서는 의료와 교통 공약이 상대적으로 강조됐다. 충북은 의료 접근성 개선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일부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공공의료와 교통망 유지 정책이 반복적으로 제시됐다.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문제보다 “계속 살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공동체 기능 약화가 심화된 지역에서는 도시재생과 생활SOC 공약도 확대됐다. 전남과 경북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빈집 정비와 생활거점 조성, 작은 학교 유지 정책이 등장했다. 지역 공동체 기능 자체를 유지하려는 성격이 강한 정책이었다. 과거처럼 단순한 개발 사업만으로는 지역 유지가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 “인구 증가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다만 지역마다 먼저 소멸하는 것은 달랐지만 공약 방향은 생각보다 비슷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청년 유출 지역은 청년 정책, 산업 쇠퇴 지역은 기업 유치, 의료 공백 지역은 공공의료를 내세웠지만 결국 핵심은 “사람을 붙잡는 것”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을 상황 변화보다 인구 감소 자체로 접근하는 흐름이 강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방소멸 대응 공약이 지나치게 획일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 유출이 심한 지역에서 출산장려금 중심 공약이 반복되거나, 의료 공백이 심각한 지역에서 산업단지 조성 중심 공약이 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역 위기를 얼마나 정확히 진단했는지보다 익숙한 정책을 반복하는 흐름이 강했다는 분석이다.
2018년 이후 지방선거 공약 흐름을 보면 출산·보육 중심 정책은 꾸준히 확대됐지만, 최근에는 생활 유지 중심 공약도 일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것보다 줄어드는 인구 속에서도 지역 기능을 유지하려는 흐름이다. 부산의 ‘15분 생활권’ 정책이나 충북의 의료 접근성 강화 정책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학교 통폐합과 거점 의료체계, 생활권 재편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과거처럼 모든 시설과 기능을 유지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정책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가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줄어드는 인구 속에서 무엇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상당수 지방정책은 증가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인구 감소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지역 축소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유지”보다 “성장”이 더 설득력 있는 언어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책 방향과 다르게 움직였다. 출산·청년 정책은 확대됐지만 전국 다수 시·군은 인구 감소를 겪었다.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는 계속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과 학교, 상권 유지 자체가 어려워졌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의 인구 감소 속도도 빨라졌다.
지방소멸 대응의 핵심은 단순히 공약 개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마다 먼저 소멸하는 것이 다른 만큼 필요한 정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과 병원이 사라지는 지역, 산업이 무너진 지역의 처방이 같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같은 질문 앞에 놓여 있다. 사람을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위기를 겪는 지역을 어떤 방식으로 유지하고 재편할 것인가의 문제다. 대한민국은 지금 동시에 커지고, 동시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지방선거는 그 변화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선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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