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7월1일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행정 통합의 마지막 퍼즐인 자치법규 정비에 착수했다.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와 전라남도(지사 김영록)는 현행 자치법규 824건을 통합해 512건의 조례·규칙으로 재편하고, 179건은 폐지하는 내용의 통합 자치법규안을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입법예고한다.
표면적으로는 '행정 효율화'와 '서비스 안정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자치법규 통합은 단순한 조례 정비 수준을 넘어 광주와 전남의 서로 다른 행정 철학과 재정 구조, 지원 체계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폭풍도 예고된다.
실제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미 지난 6일 합동 심의를 통해 전체 자치법규 2453건을 전수 검토했다.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 위임 조항까지 포함해 통합 제정, 폐지, 단계적 정비 대상으로 분류한 것이다.
통합 제정안에는 예산·회계, 지방세, 공유재산 관리, 금고 운영, 민원 처리, 제증명 수수료 등 행정의 기본 골격이 담겼다. 동시에 미래산업과 농어업·해양, 도시철도,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태양광·풍력 발전사업 등 광주·전남의 산업 전략까지 자치법규 안에 녹여냈다.
이는 곧 통합특별시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라 '산업 권한 재배치'까지 포함한 거대한 구조개편이라는 의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단계적 정비' 대상으로 분류된 조례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농민공익수당과 산업단지 특별회계다.
전남은 이미 농민공익수당을 농촌 공동체 유지와 지역 소멸 대응 차원에서 운영해왔다. 반면 광주는 도시 행정 중심 체계다. 통합 이후 동일 기준을 적용할 경우 재정부담 확대 논란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차등 기준을 유지하면 "왜 같은 특별시인데 혜택은 다르냐"는 형평성 논란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단지 특별회계 역시 마찬가지다. 광주는 첨단산업과 AI 중심 도시 전략을 추진해왔고, 전남은 국가산단과 에너지·해양 산업 기반 확대에 집중해왔다. 통합 이후 투자 우선순위와 재정 배분 구조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행정 통합보다 어려운 건 기준 통합'이라는 말이 나온다. 광주는 도시 인프라와 문화·복지 서비스를 기준으로 삼고, 전남은 균형발전과 지역 소멸 대응에 무게를 둬온 만큼, 같은 조례라도 정책 목적과 예산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자치법규 정비가 향후 통합특별시의 정치적 민감성을 드러내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도시철도 연장, SOC 투자, 농어촌 지원 기준, 공공기관 배치 문제까지 조례 개정과 예산 체계 안에서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별법 부칙에 따라 새로운 통합 조례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기존 법규를 지역별로 유지하는 경과조치가 적용된다. 행정 공백은 막을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같은 특별시 안의 이중 기준'이 상당 기간 유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통합의 속도와 주민 체감의 간극도 과제로 떠오른다. 행정은 이미 하나의 특별시 체계를 향해 움직이고 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혜택과 부담은 오히려 더 민감하게 비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행정서비스 공백 없이 안정적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자치법규 정비는 단순한 조례 통합이 아니라 누가 더 부담하고, 누가 더 혜택을 가져갈 것인가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떠 "이번 자치법규 통합은 '행정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지만, 실제로는 광주와 전남의 예산·복지·산업 우선순위를 다시 배열하는 권력 재편에 가깝다"는 쓴소리도 동반된다 .
어떤 지역은 혜택이 줄었다고 느낄 수 있고, 어떤 지역은 부담만 늘어난다고 반발할 수 있다. 농민공익수당 하나, 산업단지 특별회계 하나에도 지역 민심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통합 이후 본격화될 갈등은 행정 절차보다 '누가 더 가져가고, 누가 더 양보할 것인가'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더 큰 우려는 속도다. 통합특별시는 이미 출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지만, 주민 체감 기준과 재정 원칙, 지원 체계는 아직 완전히 합의되지 않았다. 이름은 하나가 됐지만 기준은 여전히 둘인 셈이다.
광주·전남 통합은 지금까지 '메가시티'라는 거대한 비전으로 포장돼 왔다. 그러나 이번 자치법규 정비는 그 화려한 구호 뒤에 숨겨져 있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통합의 본질은 간판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의 이해관계를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내는 고통스러운 조정 과정이라는 점이다.
512개의 조례는 단순한 행정 문서에 그치지 않는다. 이 조례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앞으로 광주전남특별시의 권한과 예산, 행정 주도권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칫 광주에 권력이 집중되고 전남은 소외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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