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39년 만의 개헌 도전이 여야의 대치 끝에 결국 무산됐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안을 통과시킨 뒤 6·3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치르려던 계획은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으로 멈춰 섰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본회의를 다시 소집했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결국 우 의장은 개헌안 상정 자체를 포기했다.
◇ 우원식 “개헌안 상정 포기하겠다”
8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는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이 개헌안과 비쟁점 법안 50건을 일방적으로 공지했다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우 의장은 회의 시작 후 개헌안 상정 철회 입장을 밝혔다. 필리버스터는 의사결정권을 갖지 못한 소수파가 자신의 뜻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제도다. 그런 점에서 이미 표결 불참으로 안건을 불성립시킨 국민의힘이 다시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는 ‘남용’이라는 판단이다.
우 의장은 ‘졸속 개헌’이라는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서도 지난 2년간의 행보를 짚으며 반박했다. 그는 2024년 제76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이미 ‘2026년 지방선거 개헌 국민투표’와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했고, 같은 해 11월부터 국민의힘이 포함된 ‘국민미래개헌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는 이 외에도 계속해서 개헌 제안을 해왔다며 사례를 나열했다.
국민의힘이 강조하는 ‘국민 합의’에 대해서는 “국회는 올해 2월 22일 헌법 개정 관련해서 대국민 설문조사를 1만 2,000명에게 실시하고 결과도 발표한 바 있다”며 “올해 3월 10일 다시 개헌 제안 긴급 기자회견을 하면서 17일까지 개헌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그것도 거부했다”고 일갈했다.
특히 이번 개헌안에는 ‘12·3 비상계엄’과 같은 사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 반드시 국회의 승인을 거치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 의장은 이를 거부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만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도 같이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의 발언이 이어지자 회의장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계속해서 언성을 높이자, 서영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내란 정당”이라며 맞받아쳤다. 논란은 개헌안을 넘어 민생 법안으로까지 이어졌다.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한 50건의 민생 법안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우 의장은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며 “국민의 삶에 필요한 법을 멈춰 세우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민생을 인질로 붙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발언 도중 눈물을 보였고, 국민의힘은 단체로 본회의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본회의 직후 여야의 장외 설전도 이어졌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개헌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도 “무리해서 일방적으로 통과하는 부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법사위 통과했다고 해서 법안을 무조건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당 법안들 중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전수미 민주당 대변인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민생 사안이 많은 만큼 정부 역시 민생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있다”며 “(개헌은) 계엄을 하지 말자는 취지다. 결국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들이 다시 계엄 하고 싶은 건지 개헌할 ‘결심’ 때문에 이렇게 반대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특히 헌법 128조 2항에는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개헌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전 대변인은 연임 관련 논란에 대해 “없는 조항을 계속 있다는 듯 ‘대통령 연임 빌드업’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법사위 통과 법안 상정에 대한 최 원내수석대변인의 발언에 대해서는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다. 법사위를 통과해서 올리는 건 그동안 해온 절차인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건지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라고 꼬집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께 약속했던 개헌 논의가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개헌 논의에 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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