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 목표 넘긴 인터넷은행…실적 잔치 속 ‘포용금융’ 압박 가중

마이데일리
/각 사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올해 1분기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모두 웃돌았지만, 정부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라고 공개 압박에 나서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요구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모두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4500억원을 공급했다. 중·저신용대출 잔액 비중은 32.3%, 신규 취급 비중은 45.6%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목표치를 모두 상회한 수치다. 카카오뱅크의 누적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규모는 출범 이후 약 16조원에 달한다.

케이뱅크 역시 올해 1분기 평균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 비중 31.9%, 신규 취급 비중 33.5%를 기록하며 목표치를 웃돌았다.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 평균 잔액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5%에서 올해 1분기 31.9%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토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평균 잔액 비중은 34.9%, 신규 취급 비중은 48.8%였다.

중·저신용자는 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를 의미한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당시 기존 금융권이 외면했던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와 금융 혁신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 영업은 고신용자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흘렀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융당국이 2021년부터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단계적으로 강화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해에는 인터넷은행 3사에 신용평점 하위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평균 잔액 비중 30% 목표를 적용했고, 신규 취급 비중 30% 목표도 추가했다. 올해는 신규 취급 비중 목표를 32%로 높였으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3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그래픽=정수미 기자

문제는 정부가 더 이상 단순 비중 충족만으로는 인터넷은행의 역할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라며 “사람들은 이미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며 “체리피킹(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내는 행위)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은행권 전반의 ‘고신용 쏠림’ 현상도 여전하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은행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KCB 기준)는 대부분 800점대 후반~900점대 초반 수준이었다. 토스뱅크의 평균 신용점수는 930점으로 KB국민은행과 같은 수준이었고, 우리은행(928점), 신한은행·하나은행(각 911점)보다도 높았다. 케이뱅크는 893점, 카카오뱅크는 890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인터넷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공급하고 있고, 자체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통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차주까지 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택시 이용 패턴, 도서 구매 이력 등 비금융 데이터를 반영한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뱅크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신용대출 이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한 달 내 신용점수가 평균 40점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 역시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사업장 정보와 업종 특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반영하고 있다. 대출 승인 여부가 애매한 중·저신용 고객에게 추가 대출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토스뱅크도 대안 정보를 활용한 자체 평가모델 고도화로 중·저신용자 대출 승인률을 높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건전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연체율과 대손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 1분기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0.51%, 케이뱅크는 0.61%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정부가 목표 비중을 추가로 높일 경우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출범 당시부터 포용금융 확대라는 정책적 역할을 함께 부여받았던 만큼 정부 요구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성장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까지 더 늘어나면 건전성과 수익성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중저신용 목표 넘긴 인터넷은행…실적 잔치 속 ‘포용금융’ 압박 가중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