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1987년 이후 39년 만에 추진되는 헌법 개정(개헌)이 국민의힘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안 표결이 이뤄졌지만, 국민의힘이 참석하지 않아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는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는 8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개헌안 표결을 할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 개헌안, 국힘 보이콧에 ‘투표 불성립’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엔 개헌안이 상정됐다. 개헌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이 추진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18년 5월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개헌안 표결은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기 위해 이뤄졌다.
우 의장과 여야 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발의한 이번 개헌안은 △5·18 민주화운동 및 부마 민주항쟁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계엄의 국회 통제권 강화 △국가의 지역 간 격차 해소 및 균형발전 의무화 등이 담겼다.
개헌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의원(286명) 3분의 2 이상인 191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여기에 구속 상태인 강선우 무소속 의원을 제외하면 국민의힘에서 12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개헌안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만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개헌 반대’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유 원내수석은 개헌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졸속 개헌이 아닌 제대로 된 개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의혹 특검법’을 개헌 반대 명분으로 삼기도 했다. 유 원내수석은 “(민주당이) 공소취소 특검법을 발의하고 다수의 힘을 앞세워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지 않나”라며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유 원내수석의 발언이 이어지자, 민주당 의석에선 ‘말이 안 된다. 들어오라’, ‘역시 내란 정당이야’ 등 고성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민의힘의 표결 참여를 촉구했다. 특히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그래도 최소한 12·3 계엄 그날 양심과 소신을 갖고 계엄 해제 표결에 왔던 (국민의힘) 17명의 의원은 이 자리에 함께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곽규택·김용태·김재섭·김형동·박수민·박정하·박정훈·서범수·우재준·정성국·주진우·조경태·한지아 의원 등을 호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선 “제발 망상에서 벗어나시라”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의사진행 발언이 끝난 오후 3시 18분, 우 의장은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우 의장은 “헌법개정안이라는 중차대한 안건인 만큼,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의 발언 중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표결에 참여했다. 우 의장은 재차 국민의힘의 참여를 촉구하며 오후 4시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오후 4시가 되자, 우 의장은 “국민의힘 여러분이 들어오지 않았다.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명패함 개함을 공지했다. 결과는 178명의 의원만 투표에 참여한, 의결정족수 미달이었다. 이에 우 의장은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우 의장은 “국민투표로 가기도 전에 국회 의결에서 투표 불성립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이날 개헌안 표결엔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표결 참여 의사를 밝혔던 한지아 의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8일 ‘재표결’… 국힘 이탈표 ‘희박’
이날 개헌안 투표가 무산되자, 우 의장은 오는 8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개헌안 표결을 다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의 참여를 재차 촉구했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헌법개정을 향한 국민적 열망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 오늘의 훼방을 역사가 준엄히 심판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의 길에 지금이라도 동참하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한 상황이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 전원의 명의로 22대 국회 후반기에 개헌을 논의하자는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성명서엔 △일방적 ‘졸속 개헌’이 아닌, ‘제대로 된 개헌’ △‘밀실 개헌’이 아닌, ‘국민 참여 개헌’ △견제와 균형에 기반한 ‘여야 합의’ △22대 국회 후반기 개헌특위 구성 후 개헌안 논의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간 개헌 찬성 입장을 밝혔던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처럼 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것은 개헌 정신에 맞지 않다”며 “이런 식으로 개헌이 이뤄지는 것은 개헌에 찬성하는 국민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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