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포비아①] 문명의 기둥, 건강과 환경의 위협으로

시사위크
‘플라스틱’은 현대 문명의 기둥이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오염과 우리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플라스틱’은 현대 문명의 기둥이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오염과 우리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플라스틱’은 현대 문명의 뼈대와 같은 존재다. 생활용품과 의료기기, 산업장비, 교통수단, IT기기 등 우리 사회·경제 전반에 플라스틱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때문에 대체가 거의 불가능한 존재가 됐다. 그러나 ‘대(大)플라스틱’ 시대의 그림자도 점차 깊게 드리우고 있다. 바로 ‘미세플라스틱’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오염과 우리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

◇ 매년 바다로 150만톤 유입… 기후변화 원인이 되기도

미세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5mm 이하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다. 입자 크기별로 크게 ‘마이크로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1μm~3mm 크기의 입자는 마이크로플라스틱으로, 1μm이하 10nm 수준의 입자는 나노플라스틱이라 부른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발생 원인은 크게 2가지다. 제품 제조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작게 만들어진 ‘1차 미세플라스틱’은 화장품, 세제 등에 사용된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페트병, 비닐, 섬유 등이 잘게 부서진 것이다. 주로 자외선과 마찰, 풍화 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발생 원인은 각자 다르지만 대표적 환경오염요소인 것은 공통적이다. 대표적으로 해양오염이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배출 1차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연간 150만톤 규모다. 이는 전 세계 사람이 매주 비닐봉투 하나를 바다에 버리는 것과 같은 양이다.

바다로 쏟아지는 막대한 양의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수의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어류는 스트레스, 간 독성 등 병리학적 증상이 크게 증가한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에서 생성된 입자들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비닐, 식품포장재 모두 폴리에틸렌이 주 원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배출 1차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연간 150만톤 규모다. 이는 전 세계 사람이 매주 비닐봉투 하나를 바다에 버리는 것과 같은 양이다.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배출 1차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연간 150만톤 규모다. 이는 전 세계 사람이 매주 비닐봉투 하나를 바다에 버리는 것과 같은 양이다.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특히 위험한 것은 새끼 바다거북 등 어린 해양생물 개체들이다. 이들은 성체보다 독성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작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어린 물고기, 바다거북은 넓은 바다 지역보단 밑바닥의 저서 지형 혹은 해안가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때문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홍상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생태위해성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성체 바다거북들이 작은 미세플라스틱 자체를 먹이로 인식하고 먹을 확률은 높지 않겠지만 해조류에 붙어 있는 것을 함께 섭취하는 등 간접적 섭취 가능성은 높다”며 “반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거북들은 부유성 먹이를 많이 섭취하기 때문에 성체보다 미세플라스틱을 더 많이 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뿐만 아니라 토양에도 위협을 미치고 있다. 독일 ‘라이프니츠 연구소(IGB)’ 연구팀에 따르면 토양에서의 미세플라스틱 독성 오염은 해양보다 4~23배 크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생산·소비·폐기는 육지에서 이뤄져 축적 규모가 해양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IGB 연구진은 “토양 내에서 미세플라스틱은 빛과 산소가 부족한 환경으로 인해 100년 이상 잔류할 수 있다”며 “이는 토양 생태계의 물리적 환경을 변화켜 토양 내 서식 생물들의 생존력과 토양 기능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미세플라스틱은 ‘기후변화’까지 유발할 수 있다. 5일 미국 듀크대·중국 상하이 푸단대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고해상도 전자분광법으로 분석한 후, 대기 시뮬레이션에 적용했다. 그 결과, 여러 색상이 있는 플라스틱 입자는 대기중 햇빛을 강하게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색깔이 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은 ‘그을음’과 같은 지구온난화 물질의 16.2%에 해당하는 온실효과를 유발한다”며 “특히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온실효과는 그을음보다 최대 4.7배가 높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뇌 질환부터 호흡기까지 우리 건강에도 직접적 악영향을 미친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미세플라스틱은 뇌 질환부터 호흡기까지 우리 건강에도 직접적 악영향을 미친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뇌종양부터 호흡기 질환까지… 건강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건강에도 직접적 악영향을 미친다. 우려가 큰 것은 ‘뇌 질환’이다. ‘중국 국가신경질환임상연구센터(NCND)’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뇌종양 악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인과관계가 정확히 입증되진 않은 상태다.

연구팀은 뇌종양 환자 113명의 뇌 조직 샘플 156개, 사후 기증자 5명의 뇌 조직 샘플 35개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집단 모두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 검출 농도는 뇌종양 인근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가 확인됐다. 뇌종양으로 혈뇌장벽이 손상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이 쉽게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 연구진에 따르면 ‘폴리스타이렌(PS)’에서 유발된 미세플라스틱은 천식 유사 증상과 폐 손상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폴리스타이렌은 스티로폼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원료다. 특히 일회용 마스크의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세플라스틱발 호흡기 질환의 주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종환 KIT 호흡기안전연구센터 박사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일회용 마스크 사용이 급격히 증가, 재활용되지 못한 마스크가 환경에 대량으로 축적됐다”며 “이러한 마스크는 물리·화학적 작용으로 미세플라스틱을 생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세플라스틱이 호흡기를 통해 폐 세포로 유입되면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유발하고 그 기능을 비정상적으로 변화시킨다”며 “이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내 활성산소(ROS)가 증가하고, 이는 세포 손상, 세포 사멸, 염증 반응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기 중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도심 지역에서 그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 연구팀이 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광저우와 시안의 도시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은 1㎥ 면적당 최대 18만 개 수준까지 검출됐다. 

우종환 박사는 “또한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공기 중에 부유할 수 있다”며 “향후 10~20년 내 대기 중 농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후속 연구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PS와 PET를 대상으로 호흡기 독성 및 작용 기전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이 폐 혈관을 따라 다른 장기로 이동·침윤할 수 있다는 보고들이 들려오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현재 다른 장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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