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고차 방정식’ 직면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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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코르 파칸 해안에서 지난 1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유조선과 자동차운반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미 해군 프리깃함 1척이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해군의 "공격" 경고를 무시한 후 2발의 미사일에 맞았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보도했다. /코르 파칸(아랍에미리트)=AP/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 코르 파칸 해안에서 지난 1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유조선과 자동차운반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미 해군 프리깃함 1척이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해군의 "공격" 경고를 무시한 후 2발의 미사일에 맞았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보도했다. /코르 파칸(아랍에미리트)=AP/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화재에 정부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화재의 원인과 관련해 외부 피격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인력을 급파해 정확한 원인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를 이란의 공격으로 규정, 본격적인 압박의 기회로 삼고 나선 미국이 돌연 ‘프로젝트 프리덤’ 중단을 선언하며 정부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잠재적 위험 속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한 모습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5일) 오후 호르무즈 해상 선박 화재 점검 회의를 열고 상황을 점검하고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사고 선박의 선사와 계약된 예인선을 통해 인근 항만으로 이동한 뒤 접안하고 두바이 현지 한국선급 지부 인력을 즉각 파견해 안전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경 호르무즈 해역 내측 움알쿠와인항 항만 경계 밖 수역에 정박 중이던 HMM이 운용하는 선박 나무(NAMU)호 기관실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6명과 외국인 선원 18명 등 총 24명이 승선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외부 피격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러한 주장은 사고가 발생한 시점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이 묶인 선박을 빼내기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을 개시 직후였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해당 작전이 개시되자 이란이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졌다. 실제로 이란의 전방위적 공격에 UAE는 푸자이라 석유 화학 단지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선박 화재를 ‘이란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고 압박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개최한 포고문 서명식에서 한국 선박이 선단 단독으로 행동하다 이란의 공격을 당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미군이 보호하는 선박의 경우는 공격을 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NS를 통해서는 “한국이 작전에 동참할 때가 된 것”같다고 했다. 사실상 우리 정부에 군사작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 신중론 유지하는 정부

그러던 미국은 돌연 ‘프로젝트 프리덤’은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합의에 가까운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이 압박과 협상을 반복하는 형태로 진행돼 온 측면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란이 추구하는 협상과 미국이 원하는 협상의 간극이 크다는 점은 이들 간 협상의 진전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불안정한 상황은 결국 미국의 압박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이란의 ‘의도적 공격’일 가능성에 대해 낮게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후에도 이란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했던 한국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을 개연성은 낮다는 의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6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이란이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한 방법중 하나로 한국과 중립적 관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며 “그런 측면에서 의도적으로 한국 선박만 타격했을까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는다”고 했다.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외부에 의한 피격 자체만으로도 상황은 복잡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이 닫힌 상황에서 한국 선박의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게 된 만큼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의 첨예한 신경전 속에 정부의 외교적 공간이 상당히 좁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 중동 지역과의 에너지 안보 상황을 모두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부는 일단 사고의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선사 자체 조사와 별도로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관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를 급파해 원인 규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기류 변화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6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미국의 ‘프로젝트 프리덤’ 중단과 관련해 “이는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의회 승인 없이 전쟁할 수 있는) 60일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전쟁을 끝내놓고 다시 하려는 것일 수 있고 실제로 출구 전략을 찾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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