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공개냐, 영업비밀이냐… 영풍·KZ정밀 소송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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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KZ정밀은 영풍·MBK 측 경영협력계약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법원은 주주대표소송에서는 계약 확인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별도 사건에서는 영업비밀과 경영상 중요 정보 보호 필요성을 고려해 문서 제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KZ정밀은 영풍·MBK 측 경영협력계약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법원은 주주대표소송에서는 계약 확인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별도 사건에서는 영업비밀과 경영상 중요 정보 보호 필요성을 고려해 문서 제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간 경영권 분쟁이 이번엔 계약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KZ정밀은 MBK파트너스·영풍 간 경영협력계약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며 문서 제출을 요구했고, 영풍은 경영권 분쟁 상대방에게 핵심 전략과 영업상 중요 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다며 맞섰다. 같은 계약을 둘러싼 소송이지만 법원의 판단은 사건마다 달랐다. 주주대표소송에서는 문서 제출 필요성이 인정된 반면, 위법행위유지청구 사건에서는 제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소수주주 권리 주장 뒤 얽힌 경영권 갈등

이번 분쟁의 중심에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 간 ‘경영협력계약’이 있다. 이 계약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2024년 9월 체결된 것으로,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의결권 행사 방식과 이사 추천, 향후 지분 처분 조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영풍 측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콜옵션, 우선매수권, 공동매각요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KZ정밀은 해당 계약이 영풍 이사회가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문서 제출을 요구해왔다. 반면 영풍은 계약의 핵심 내용은 이미 공개매수 신고서 등을 통해 시장에 공시됐고, 추가적인 문서 공개 요구는 경영상 중요한 정보까지 노출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달라졌다. KZ정밀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는 계약 내용 확인 필요성이 인정되며 문서제출명령이 유지됐다(서울고법 제25-2민사부/4월 28일, 영풍 즉시항고 기각).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와 주주의 손해 발생 여부, 이사진의 책임을 따지는 본안 성격의 소송인 만큼 계약 조건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법원은 계약 조건이 이사진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나 주주 손해 발생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KZ정밀이 영풍 측 행위를 문제 삼아 별도로 제기한 위법행위 유지청구 관련 사건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왔다. 해당 사건에서 법원은 문서 제출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고법 제40민사부/4월 29일, KZ정밀 즉시항고 기각). 특히 계약 문서에 영업비밀과 경영상 중요 정보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판단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법원은 같은 계약을 두고도 소송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판단 기준을 적용한 셈이다. 주주대표소송에서는 주주 보호와 책임 규명이 우선 고려됐다면, 위법행위 유지청구 관련 사건에서는 기업의 비밀 보호 필요성이 더 중요하게 판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계약서 공개 범위가 확대될 경우 핵심 전략과 영업상 중요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영풍 홈페이지 갈무리
영풍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계약서 공개 범위가 확대될 경우 핵심 전략과 영업상 중요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영풍 홈페이지 갈무리

양측의 입장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KZ정밀은 계약 조건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문서 확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콜옵션과 거래 조건이 영풍 및 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영풍은 계약의 핵심 내용은 이미 시장에 공개됐고, 추가적인 세부 문서 제출 요구는 필요성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단순한 정보 공개 문제가 아니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상대 측에 전략적 판단 근거와 협상 조건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법원이 별도 사건에서 영업비밀과 경영상 중요 정보 보호 필요성을 인정한 점 역시 영풍 측 주장에 힘을 싣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공방을 단순한 문서 제출 여부 논란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분쟁의 배경에는 고려아연 경영권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Z정밀은 형식상 영풍의 주주로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영풍은 해당 회사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영향력 아래 있는 회사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 측 동일인 지분을 합산하면 70% 안팎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풍 측이 특히 문제 삼는 대목은 지난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뤄진 지분 이동이다. 영풍에 따르면 KZ정밀과 최 회장 측은 2025년 1월 고려아연 임시주총 직전 보유 중이던 영풍 주식을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인 SMC에 넘겼다. 이후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고, 이를 근거로 고려아연 측이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실제 당시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는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영풍은 최대주주의 정당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됐다고 반발했고, 최 회장 측은 상법상 상호주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법원 판단 역시 주총 시점과 사건 성격에 따라 일부 엇갈리면서 양측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소송은 계약서 공개 여부를 넘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향후 본안 소송에서는 경영협력계약의 적정성과 영풍 이사진의 책임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영풍 측은 문서 공개 범위가 확대될 경우 경영권 분쟁의 직접 상대방에게 핵심 전략과 영업상 중요정보까지 사실상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KZ정밀 측은 계약 조건 검증과 주주권 보호를 위한 정당한 절차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양측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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