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미군’ 감축 언급한 트럼프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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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의료비 절감 관련 행사 중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의료비 절감 관련 행사 중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에 주둔한 미군 병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었던 동맹국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문제는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이 향후 전 세계 미군 운용 방식의 변화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만간 이와 관련한 결정을 내리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 시점과 규모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현재 독일에는 3만5,000명 정도의 미군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로 보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주독미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의 중심이자, 동시에 동유럽 방어 및 러시아 억지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국면에서 역할을 하지 않은 동맹국에 대한 감정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사태 관련 동맹국의 미온적 태도에 “그들은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독일은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한 대표적 국가다. 독일은 미국-이란 전쟁과 관련해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 이러한 미국의 행태에 여러 차례 비판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이 전략이 없이 전쟁에 돌입했고 굴욕을 당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신경전은 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독일이 경제적으로나 다른 면에서 부진한 것도 당연하다”라고 맞불을 놨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한-폴란드 정상회담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한-폴란드 정상회담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독일 압박 나선 트럼프… 한국도 영향권?

이같은 배경이 종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지만, 그간 미국의 정책 기조를 살펴볼 때 마냥 새로운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줄곧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지적하며 비용과 기여를 중시하는 ‘거래적 동맹관’을 강조해 왔는데, 이번 상황도 그에 대한 연장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5년 내놓은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가안보전략서(NSS)’에서는 ‘전 세계 군사 주둔 재정렬’과 같은 용어를 쓰며 이러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의지를 보이는 것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을 특정해 실제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은 미국의 동맹 압박 기조가 다음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이러한 요구가 동맹국 전반으로 확장될 경우, 당장 주한미군이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사실상 거부한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둔군 감축이라는 카드를 실제로 단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20년 당시에도 주독미군을 2만5,000명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미국 의회 등 내부 반대에 부딪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며 좌초됐다. 현재의 대내외적 환경이 그때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중국 견제를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꼽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감축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현재 한국과 미국 간에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와 관련한 논의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3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정부는 전 세계에 미국의 전력 태세 검토 그리고 변화 가능성을 유의해서 보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하에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군 측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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