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광주 북갑) 의원이 한예종 캠퍼스를 전남광주특별시로 통합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다. 한예종 총학생회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소집하고 이전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캠퍼스 이전을 둘러싸고 학교·학생과 정치권이 강하게 충돌하는 모양새다.
Q. 한예종은 어떤 기관인가?
A. 한예종은 전문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1992년 설립된 국립 예술교육기관으로,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 교육기관으로 평가받는다. 국립교육기관이지만 실질적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교육부장관이 아닌 문화체육부장관 산하에 있다.
Q. 왜 갑자기 ‘한예종 이전’ 논란이 불거졌나?
A. 발단은 지난 22일 정준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다. 정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의 일환으로 한예종의 광주 이전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법안에 ‘예술학교의 소재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물론 학교 측과 예술계, 시민단체까지 이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논란이 빠르게 확산됐다.
Q.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은 무엇인가?
A.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캠퍼스 광주 이전’과 ‘석·박사 학위 과정 개설’이다. 전자는 앞서 말했듯 한예종의 3개(석관동·서초동·대학로)캠퍼스를 광주로 통합 이전하는 내용이다.
석·박사 과정 개설은 한예종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다. 현재 한예종은 ‘고등교육법’의 ‘한예종 설치령’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법적으로 ‘대학교’가 아닌 ‘각종학교’로 분류돼 있으며, 정식 대학교가 아니기에 대학원 설치도 원칙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예종은 학사에 해당하는 ‘예술사’와 석·박사에 해당하는 ‘예술전문사’ 과정을 대신 운영해 왔다. 하지만 교외에서 정식 학위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고, 이에 대학원 설립을 수차례 추진했으나 타 예술대학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 관련 법령을 마련해 한예종에 대학원을 개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Q. 캠퍼스 이전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사실 한예종 캠퍼스 이전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와 맞붙어 있는 ‘의릉’의 보호·보존을 두고 문제가 제기됐다. 한예종은 교육기관으로서 불특정 다수의 학생이 왕래하기에 문화재를 온전히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이후 캠퍼스 이전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실제로 선거철마다 세종, 파주, 고양, 과천 등 전국 각지에서 한예종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유치전을 벌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조를 내세우자 한예종 이전 논의도 함께 재점화됐다.
Q. 왜 하필 광주여야 하는가?
A. 정준호 의원은 광주 이전의 2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지역 문화 발전이다. 광주는 자칭 ‘문화 수도’ ‘예향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예술 생태계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한예종을 유치해 청년 예술인 정착 기반을 조성하고, 해외 유학생 유입을 통해 지역 문화 산업 확장을 꾀하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석·박사 학위 과정 설치’의 명분을 쌓기 위함이다. 정 의원에 따르면 현재 타 예술대학들이 한예종의 대학원 설치를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한예종으로의 인재 쏠림 우려’ 때문이다. 이에 한예종에 대학원을 설립하는 대신 소재지를 변경해 ‘쏠림 현상 방지’와 ‘지방 균형 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Q.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A.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한예종 총학생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치적 편의를 위해 추진된 법안”, “교육기관의 본질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무시한 입법”이라며 이전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예종의 비수도권 이전이 오히려 서울 소재 예술대학 집중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의 서울 쏠림 현상 방기의 책임을 왜 한예종이 감내해야 하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예종 이전은 학교 퇴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28일에는 학생회를 주축으로 석관동 캠퍼스에서 규탄 성명문을 발표했다.
Q. 학교 측의 반응은 어떤가
A.한예종 측도 갑작스러운 이전이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한예종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예술적 영감과 실무적 역량은 현장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전문 인프라와의 접근성, 예술 생태계 전반의 유기적인 결합 속에서 탄생한다”며 예술 교육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또 대학의 주체인 학생 및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숙의 과정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또 ‘석·박사 학위 과정 설치’와 ‘학교 이전’을 하나의 안에서 병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숙원 사업이었던 학제 개편의 본질이 이전 논란에 묻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캠퍼스 이전에 예술계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한예종 이전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중대 사안이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갈등과 반발이 일파만파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정부와 국회, 학교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 테이블이 마련돼 지혜로운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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