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현대 문명은 ‘플라스틱’이라는 기둥 아래 세워졌다. 하지만 중동전쟁 등에 따른 석유 원료 수급 불안은 산업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기도 한다. 이에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양을 30% 감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은 자연 환경오염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심각한 것은 해양생물의 안전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지난 22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 바다거북 개체는 먹이 인식 능력이 발달되지 않아 버려진 플라스틱 섭취에 취약했다.
이처럼 환경적·경제적 문제로 플라스틱 저감 필요성이 커지면서 ‘ESG 경영’을 강조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도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주축으로 한 핵심 가전기업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 ‘탈 플라스틱’에 속도 높이는 삼성·LG전자
먼저 LG전자는 28일 2026년형 TV 신제품의 ‘국제 탄소 저감’, ‘플라스틱 감축’, ‘재활용 소재 사용’ 등 세 가지 인증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인증 기관은 영국의 ‘카본트러스트(Carbon Trust)’다.
카본트러스트는 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 감축을 위해 설립한 독립 비영리 전문기관이다. 제품 생산부터 유통, 사용,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탄소발자국 인증’을 부여한다.
이 같은 성과는 LG전자의 TV 생산 과정 변화에서 비롯됐다. LG전자는 자사의 프리미엄 TV 모델 ‘올레드 TV’에 복합섬유소재를 적용, 기존 LCD TV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40% 수준으로 줄였다. LG전자 측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올레드 TV 제조에 필요한 플라스틱 사용량이 동일 LCD TV 대비 1만5,000톤 줄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LG전자는 올해 TV제품에 재생플라스틱 사용을 늘릴 예정이다. 목표는 폐플라스틱 7,700톤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2023년부터 이미 TV제품에 재생플라스틱도 사용 중이다. 이중 2만톤은 폐플라스틱이다.
LG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이미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삼성 갤럭시 언팩 2026’ 행사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모바일 전 제품 모듈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소재 적용은 ‘갤럭시 S22’ 시리즈부터 이미 진행 중이다. 이는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을 활용한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다.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플라스틱, 유리, 알루미늄 등 10종의 재활용 소재가 외관과 내장 부품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탈(脫) 플라스틱’의 정책이 완벽하진 않아도 충분히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양사 모두 대형 가전과 PC, 모바일 기기 등이 주요 제품이다. 이는 생산·포장·운송·폐기 전 과정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산업이다. 즉, 재생 플라스틱 확대 적용, 포장재 감축 등 정책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대형 가전제품이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양은 상당하다. 스위스의 ‘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TV,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 가전은 폐기 시 전체 중량의 약 15%가 플라스틱 폐기물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때 연구팀은 대형가전의 폐플라스틱 성분을 추가 분석했다. 그 결과,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PBDEs) △791mg/kg 브롬화방염제(TBBPA) 1,470mg/kg △안티몬(Antimony) 1,200mg/kg이 검출됐다. 이 물질들은 현재 규제 강화 가능성이 있는 유해물질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혼합 폐가전 플라스틱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안전한 기준 이하’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깨끗한 순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기준값을 설정할 때 이러한 문제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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