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국회가 집단소송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입법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논의는 소급 적용 여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쿠팡·통신사 개인정보 유출 등 과거 사건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산업계에서는 제도 설계 전반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집단소송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집단소송제는 대표 당사자 1인의 승소 판결이 동일한 피해를 입은 다른 이들에게도 효력을 미치는 제도로, 현재는 증권 분야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적용 범위와 방식에서는 입장차가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모든 손해배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별도 의사표시가 없으면 소송에 자동 포함되는 ‘옵트아웃’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남소 가능성과 기업 부담, 법적 안정성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단계적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소급 적용 여부에 맞춰지고 있다. 여당은 과거 사건까지 포함해 피해 구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야당은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과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업계 “중소기업 대응 여력 한계…공급망 부담 전이 우려”
공청회에서는 제도 도입 필요성과 함께 설계 방식에 대한 신중론도 병행 제기됐다. 변웅재 강남대 특임교수와 한경수 변호사는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권용수 건국대 부교수와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적용 범위와 기준 설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상생제조연합회는 “소비자 보호와 피해 구제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중소제조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내수 부진과 자금 조달 부담, 원가 상승이 겹치며 중소제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을 언급하며, 집단소송제가 광범위하게 확대될 경우 법적 대응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장기 소송을 감당할 인력과 비용이 제한적인 만큼, 분쟁 발생 시 자금 운용과 거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특성상 부품·소재기업과 협력업체가 얽힌 구조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집단소송이 확대될 경우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 협력기업에 부담이 집중되면서 공급망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합회는 “제도의 취지와 별개로 현장의 감당 능력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고의·중대한 과실과 일반 분쟁을 구분하는 기준과 함께, 조정·중재 등 사전적 분쟁 해결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사위는 공청회 이후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으로, 소급 적용과 적용 방식 등을 둘러싼 쟁점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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