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입는 로봇’(웨어러블 로봇)이 산업 현장이나 병원을 벗어나 유통 채널을 타고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자랜드,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CU, 론데온 등 온·오프라인에서 로봇 체험존과 팝업스토어, 전용 판매관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전 ‘기술 전시’ 수준을 넘어, 체험·상담·구매·사후관리(AS)를 연결하며 ‘로봇 유통망’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유통가가 웨어러블 로봇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높은 성장성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올해 68억3000만달러(약 9조9000억원) 규모에서 2031년 242억8000만달러(약 35조2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업계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이 초기에는 기능 중심 제품으로 출발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편의성을 확보하면 ‘스마트워치’처럼 일상 필수 기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채널 확산 핵심은 ‘체험’이다. 기능 설명보다 실제 착용 경험이 구매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까지 로봇 체험 공간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용산본점에 로봇 체험존을 마련해 내달 31일까지 웨어러블·휴머노이드·사족보행 로봇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 이후 상담과 구매, 사후서비스(AS)까지 이어지는 오프라인 거점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로봇은 산업이나 연구실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일상 가까이 다가왔다”며 “한자리에서 직접 움직임을 경험하며 생활형 기술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강남점 9층에서 ‘하이퍼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현장에는 엔지니어가 상주해 사용 목적과 환경에 맞는 모델을 추천하는 맞춤 상담을 진행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1월 말부터 일렉트로마트에 상설 로봇 스토어를 열고 개인용 로봇 14종을 판매하고 있다. 3000만원대 고성능 휴머노이드부터 10만원대 반려 로봇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으며, 누적 170여대가 판매됐다. 399만원에 달하는 4족 보행 로봇도 4대가 판매되며 ‘로봇이 팔리는 상품’임을 입증했다.

편의점도 가세했다. CU는 서울 주요 러닝 코스 인근 매장에서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 체험과 시간 단위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며 등산객과 러너 수요를 테스트하고 있다. 백화점부터 편의점까지 유통 전 채널이 로봇 쇼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온라인에서는 롯데온이 지난 19일 ‘AI 로봇 전문관’을 열고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 3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제품은 허리와 다리에 착용해 보행 시 하중을 분산하고 근력을 보조하는 장비로, 계단이나 등산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 판매가는 199만~329만원대다.
이 같은 온·오프라인 채널에서의 판로 확대는 로봇이 냉장고·세탁기 같은 생활가전의 확장 품목으로 취급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하이퍼쉘 국내 총판을 담당하는 브이디로보틱스는 연내 국내 3000대 이상 판매를 예상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총 2만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실제 활용 사례도 등장했다. 롯데온 임직원들은 최근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을 착용하고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에 참가해 123층 완주에 성공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하이퍼쉘을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니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다”며 “착용도 간편했고 움직이는 내내 내 몸처럼 자연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품 자체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재활 보조기기에서 운동 보조기기로 확장되는 추세다. 보행 시 다리에 저항을 주거나 일정 속도를 유지하게 돕는 등 12가지 모드를 통해 운동 효과를 끌어올리는 기능을 통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무게를 1.6kg 수준까지 낮춰 일반적인 백팩 하나를 드는 정도의 무게감을 구현했다. 여기에 렌탈과 구독 모델도 등장하며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구독형 서비스도 등장했다.
다만 로봇 시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다. 웨어러블 로봇 가격이 성능에 따라 100만~300만원대로 높고, 활용 범위도 등산·조깅·재활 등 특정 상황에 집중돼 있어 일반 소비자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많다.
공급망과 보안 이슈도 과제로 지적된다.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로봇의 70% 이상이 중국산으로 알려지면서 데이터 관리와 보안 이슈가 함께 제기된다. 카메라와 센서가 수집하는 데이터의 해외 이전 가능성,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AS 지연, 국내 제조 생태계 약화 우려 등도 남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체험 중심 시장이지만 특정 상황에서 ‘없으면 불편한’ 수준까지 올라가면 수요는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웨어러블 로봇은 실버 산업을 넘어 전 세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