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평화적인 ‘빛의 혁명’… 한국 민주주의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란 12.3’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계엄 선포와 그에 맞서 움직였던 현장의 흐름을 따라간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이들의 모습을 중심에 둔다.
연출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Duelist’ ‘M’ 등을 통해 독자적인 비주얼을 구축해 온 이명세 감독이 맡았다. 이명세 감독은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사용되는 인터뷰와 내레이션을 배제하고 음악을 중심으로 사건을 배열했다. 파편화된 자료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며 서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재현을 넘어 그날 밤 현장, 그날의 공기를 체감하게 했다.
이명세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다큐멘터리 문법에서 벗어난 연출 방식에 대해 “그날 밤 국회 현장에는 있지 못했다”며 “TV로 지켜봤고, 또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그날 현장의 다른 모습들을 많이 봤다. TV 앞에서 마음을 졸이며 지켜봤던 감각과 현장에 있던 느낌을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자료 구성 역시 다층적이다. 약 150명의 시민이 제공한 영상과 사진, 국회 관계자와 취재진의 기록 등 서로 다른 출처의 아카이브가 한데 모였다. 단일한 시점이 아닌 여러 기록이 교차하며 하나의 사건을 구성하는 구조다. 이명세 감독은 “정확하게는 283명이다. 183명의 제보 동영상이 있었고 기사들과 자료, 각자의 소감까지 하면 300명 가까이 된다. 국회 보좌관들이 전달해 준 것들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편집하고 순서를 나열하는 것이지만 가급적이면 그날 있었던 일들, 극적인 순간들의 순서를 계속 확인하면서 시간대별로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연출에서 중점을 둔 지점 역시 ‘직관성’이었다. 이명세 감독은 “목표가 하나 있다면 직관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거였다”며 “외국에서 보더라도 그날 밤의 장면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느낌이 중요했다. 그것이 전체적인 편집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AI 활용 역시 이 같은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이명세 감독은 “사진이나 이미지로 직접적이라면 조금 더 관객에게 느낌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며 “처음 편집할 때만 해도 AI 사용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사실적인 거니까. 그렇지만 내가 지향하는 바가 현실의 드라마틱 제시이기 때문에 조금 더 극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게 됐고 컴퓨터그래픽 작업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AI를 통해 그 느낌을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희화화되는 장면은 제외하고, 특정 부분에서 각인될 수 있도록 사진과 AI를 혼합해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비상계엄 사건을 시·청각이 결합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는 “이명세 감독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철학이 이 다큐멘터리에 잘 반영되기를 바라고 그곳을 향해서 갔다”며 “공을 많이 들였다. (이명세 감독이) 이미지 너머의 사실보다 이미지 그 자체에 살아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분이기 때문에 음악 자체도 동작과 색깔에 맞췄다. 그러다 보니 장르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음악을 60편 정도 했는데 공이 제일 많이 들어간 것 같다. 대표작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명세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모습을 해외에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소위 말하는 ‘국뽕’이 아니라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평화적인 ‘빛의 혁명’이 있었나 싶다”며 “외국에서도 이 영화를 수입해 갔으면 좋겠다. 특히 미국 전역에 깔렸으면 하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조성우 음악감독 역시 비슷한 지점을 짚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가 가진 성숙한 모습을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에서 보여주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며 “영화적으로도 기존 다큐멘터리와 다른 이 영화만의 형식과 문법이 의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했다”고 보탰다.
많은 시민의 참여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드러냈다. ‘란 12.3’은 지난해 12월 왝더독에서 진행된 후반 작업 지원 크라우드 펀딩이 목표금액 대비 110%를 달성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개봉 전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이명세 감독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참여할 줄은 몰랐다”며 “그 성원들이 단순히 영화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극장에서의 관람을 강조했다. 그는 “후반 믹싱 단계에서 극장의 공간감과 사운드를 고려해 작업했다”며 “현장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음악인 만큼 극장에서 볼 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며, 한국 민주주의를 기록한 작품으로 오래 남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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