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월 9대, 2월 0대, 3월 6대.
'수입 쉐보레'의 존재감이 사실상 소멸하고 있습니다. 물론 쉐보레의 국내 판매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같은 '국산 쉐보레' 모델들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숫자는 분명 묘합니다. 쉐보레는 지금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원사입니다. 쉽게 말해 수입차라는 이야기인데, 정작 판매량이 거의 없기 때문인데요.
"우리도 이제 수입차야."
지난 2019년 한국GM은 갑자기 새로운 전략을 꺼냈습니다. 쉐보레를 한국수입차협회에 가입시키며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선택이었죠. 때마침 수입 판매 모델을 확대하던 시기였고, 이 흐름을 아예 전략으로 만들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국산차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브랜드 위상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는데요. 실제로 당시 쉐보레 판매에서 수입 모델 비중이 60%를 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결과가 기대와 전혀 달랐던 건데요. 한국GM은 수입차 이미지를 앞세운 마케팅을 펼쳤지만 소비자 반응은 생각처럼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시점마다 선보인 수입 쉐보레의 신차들이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수입차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프리미엄 이미지와 차별성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쉐보레의 수입 모델들을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은 조금 달랐던 건데요.
트래버스, 타호, 콜로라도 같은 모델들이 분명 경쟁력이 있긴 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애매한 위치에 놓였습니다. 수입 브랜드로서는 매력이 부족하고, 국산 브랜드로서는 가격이 비쌌던 겁니다.
결국 쉐보레의 투 트랙 전략(국내 생산+수입 판매)은 시장에서 힘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국GM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GMC를 들여오고, 최근에는 캐딜락까지 원 팀으로 끌어들여 한국GM이 아닌 'GM 한국사업장'이라는 이름 아래 3브랜드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사실 이 역시 뚜렷한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쉐보레, 캐딜락, GMC는 서로 연결된 브랜드 전략이라기보다는 각자 다른 시장을 바라보는 병렬 구조에 가깝기 때문인데요.

이 이야기는 차치하고 한국GM이 혼란을 겪는 사이에 쉐보레의 정체성은 한없이 애매해졌습니다. 한때는 수입 모델 라인업이 확대된 탓에 '국산차'라는 타이틀이 어색해졌고, 지금은 내수 판매보다 수출 물량이 훨씬 커진 탓에 '글로벌 생산기지'라는 성격이 더 강해졌습니다. 그렇게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북미 수출 물량이 확대되면서 한국 시장은 판매 거점이라기보다 생산 거점의 역할이 더 커졌습니다.
이쯤 되면 2019년 쉐보레의 한국수입차협회 가입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수입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지금 남은 건 꽤 묘한 장면입니다. 한국수입차협회 회원사인데 정작 수입 판매는 한 달 한 자릿수이거나 아예 없는 상황.
1월 9대, 2월 0대, 3월 6대.
이 숫자는 단순한 판매 부진이라기보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 쉐보레'라는 이름이 얼마나 공허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GM을 보면 한 가지 사실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지금 GM에게 한국은 판매 시장이라기보다 생산 거점에 더 가까운 곳이라는 점입니다.
아니면, 어쩌면 수입 쉐보레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GM이 한국을 판매 시장으로 보지 않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쉐보레는 한때 '정통 미국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수입차시장까지 넘보던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한국수입차협회 회원사라는 이름만 남은 채 국내 시장과의 연결고리가 점점 약해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월 9대, 2월 0대, 3월 6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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