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의 선택은 제주 4.3 사건…염혜란과 함께 꺼낸 '아픈 역사' (영화 '내 이름은') [종합]

마이데일리
2026년 4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내 이름은' 언론시사회에서 정지영 감독과 출연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이데일리 = 한소희 기자] 정지영 감독이 다시 한번 한국 현대사의 아픈 장면을 스크린 위로 끌어올린다. 그동안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소년들' 등으로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다뤄온 그는, 이번에는 제주 4.3 사건을 주제로 관객과 만난다.

2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내 이름은'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정지영 감독과 배우 염혜란, 신우빈, 최준우, 박지빈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내 이름은'은 이름이 촌스럽다며 바꾸고 싶어 하는 18살 아들 영옥과,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둔 제주 4.3의 기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어머니 정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오래전 비극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묻는다. 이 영화는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되며 해외에서도 먼저 관심을 받았다.

2026년 4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내 이름은' 언론시사회에서 정지영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지영 감독은 처음부터 4.3 사건을 정면으로 무겁게 보여주기보다, 지금의 관객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식으로 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 이야기로만 가기보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건이 벌어진 당시만 바로 보여주는 대신,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가는 구성을 택했다고 밝혔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역사에 궁금증을 갖고 따라오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극의 중심에는 염혜란이 연기한 정순이 있다. 정순은 단순히 슬픈 사연만 가진 인물이 아니라, 긴 시간 아픔을 안고 살아온 복잡한 사람이다. 염혜란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조심스러웠다"면서도 "대본이 과거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까지 생각하게 해서 더 끌렸다"고 말했다.

그는 정순에 대해 "큰 고통을 겪었지만 그 아픔만 붙들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일상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한국의 힘든 역사를 몸으로 견뎌온 어머니라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 감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자료와 함께 실제 피해자들의 증언집도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2026년 4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내 이름은' 언론시사회에서 박지빈, 신우빈, 최준우(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젊은 배우들 역시 이 작품을 준비하며 제주 4.3 사건을 새롭게 공부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영옥 역의 신우빈은 "학창 시절 4.3 사건을 깊게 배운 기억이 거의 없었다"며 "영화를 준비하면서 자료와 영상들을 찾아봤고, 한 가족이 겪는 상처라는 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최준우도 사건 자체의 무게에 눌리기보다 인물 사이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하려 했다고 전했다. 박지빈은 자신이 맡은 경태에 대해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디엔가 있을 법한 인물"이라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제주 4.3 사건뿐 아니라 베트남전, 광주 민주화 운동 등 한국 사회가 겪어온 폭력의 역사까지 전체적으로 포괄한다. 정지영 감독은 "이 작품은 한 인물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체감하게 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제작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정 감독은 많은 제작비가 필요한 작품이었지만, 배우와 스태프들이 마음을 모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출발했다. 그만큼 더 많은 관객이 봐주길 바란다는 마음도 전했다.

한편, 영화 '내 이름은'은 오는 15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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