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군 조직의 ‘숨은 축’으로 불려 온 군무원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입법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장기 근속 군무원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고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그간 제기돼 온 형평성 논란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 ‘보이지 않는 국군’ 군무원… ‘동일 훈장’ ‘동일 예우’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군무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두 건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그 대상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같은 조건으로 오랜 기간 복무해도 군인과 군무원의 대우가 다르게 적용된다. 예컨대 ‘상훈법’에 따르면 33년 이상 근속하면 군인과 군무원 모두에게 ‘보국훈장’이 수여되지만, 이후 혜택에서는 차이가 발생한다. ‘국가유공자법’상 국가유공자 인정 대상은 ‘군인’으로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훈장을 받아도 군인은 국가유공자로 인정되지만, 군무원은 제외되는 상황이 이어져 왔고, 이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에 이번 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보국훈장을 받은 군무원도 국가유공자 범위에 포함해 제도적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단순한 자격 확대보다 군 조직 내 역할 변화에 맞춘 제도 정비라는 의미도 담겼다.
이런 문제의식은 앞서 사법부 판단에서도 일부 확인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울산지법은 군무원의 국가유공자 등록 문제를 다룬 사건에서 현행 법령이 군무원을 명백히 배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즉 군무원이 국가유공자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판결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개별 사건에 대한 해석에 머문 만큼 군무원 전반을 포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여전히 법률 차원에서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또 사후 예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제기 된다. 현재 국립묘지 안장 기준은 군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20년 이상 복무한 군인은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이 되지만, 군무원은 같은 기간 근무해도 해당되지 않는다. 장기 근속 여부와 무관하게 제도적으로 배제돼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유 의원이 함께 발의한 ‘국립묘지법’ 개정안은 군무원도 근속 기간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20년 이상 근무자는 국립현충원, 10년 이상 근무자는 국립호국원 안장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최종 예우 체계’에 군무원을 편입시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 인구절벽 시대, 군 인력 변화와 맞물린 입법 시도
군무원의 역할은 이미 행정 지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현재 약 4만5,000명 규모의 군무원은 △무기체계 정비 △군수·보급 △정보 분석 등 군 운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일부 직무는 작전 수행과 직결돼 있어 위험도 역시 군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 2022년 공군 훈련기 공중충돌 사고 당시, 비행교육을 담당하던 군무원이 학생 조종사와 함께 탑승해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사례는 군무원의 역할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평시와 유사시를 가리지 않고 작전 현장에 투입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군무원 처우와 관련한 현재 제도는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입법 시도는 군 인력에 대한 변화와도 연결되는 점이다. 병력 감소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군무원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닌 ‘핵심 운영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제도 역시 이에 걸맞게 조정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흐름이다.
유 의원은 “군무원은 국군의 일원으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안보를 뒷받침해 온 중요한 인력”이라며 “무기체계 정비와 교육훈련 등 다양한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역할에 걸맞은 국가적 예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절벽으로 군 인력 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군무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군무원이 자긍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예우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군무원에 대한 처우 문제는 오랜 기간 제기돼 왔지만, 입법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이번 법안은 ‘동일 훈장, 동일 예우’라는 원칙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재정 부담과 기존 보훈 체계와의 정합성, 국립묘지 수용 문제 등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제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2022년 1월, 직무 수행 중 상이를 입고 퇴직한 일반 공무원을 보훈 보상 체계에 포함시키는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군인·경찰·소방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보훈 체계에서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위험 직무를 수행하는 공공 인력 전반으로 국가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번 발의된 군무원 예우 관련 법안 역시 같은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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