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기차 시장이 커졌다고 해도, 모든 차급이 똑같이 경쟁력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 소형과 중형의 경우 이미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대형 SUV 영역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차체가 커질수록 배터리 효율, 주행거리, 공간 활용, 승차감, 가격 경쟁력까지 동시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3열 대형 SUV 시장이 쉽게 열리지 않았던 이유다.
이런 시장에서 기아(000270) EV9이 북미와 유럽 주요 평가에서 잇따라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수상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기차를 잘 만드는 브랜드라는 평가와 대형 전동화 SUV까지 해낼 수 있는 브랜드라는 평가는 결이 다르다. EV9은 지금 후자에 가까운 성과를 쌓고 있다.
기아는 31일 EV9이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비교 평가와 북미·유럽 주요 어워즈, 안전성 평가 등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며 글로벌 전동화 SUV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의 핵심은 상의 개수가 아니다. EV9이 상품성과 성능, 실용성, 안전성이라는 대형 SUV의 핵심 조건을 비교적 고르게 인정받고 있다는 데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독일 시장에서의 평가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빌트가 진행한 전기차 비교 평가에서 EV9 GT는 볼보 EX90를 제치고 앞섰다. 단순히 점수 차를 만든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가 항목이다. 508마력 성능, 800V 시스템 기반 충전 편의성, 3열을 포함한 공간 활용성 등 대형 전기 SUV가 실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지점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결과는 EV9이 특정 한두 요소만 강한 차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형 전기 SUV 시장은 스포츠 주행 성능만으로 승부하기도 어렵고, 반대로 공간만 넓다고 통하는 시장도 아니다. 차급 특성상 패밀리카 수요와 프리미엄 수요, 장거리 이동 수요가 겹쳐 있다.
결국 성능과 효율, 실용성과 충전 편의, 안전성과 가격 설득력까지 모두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 EV9이 최근 받는 평가들은 이 복합적인 기준을 꽤 잘 통과하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북미 시장에서의 반응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EV9은 캐나다 올해의 전동화 유틸리티 차량에 선정됐고, 미국에서는 카 앤 드라이버, 카즈닷컴, 켈리 블루 북,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등 주요 자동차 매체 평가에서 잇따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성과는 단순한 호평 릴레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더 본질적인 해석은 EV9이 북미 시장에서 요구하는 대형 SUV의 기준에 꽤 정확히 들어맞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는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도 여전히 SUV 선호가 강한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3열 SUV는 가족용 수요와 라이프스타일 수요가 함께 작동하는 대표적인 차급이다. 기아가 EV9으로 이 시장에서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은, 전동화 전략이 더 이상 도심형 크로스오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기아는 EV9을 통해 "전기차도 만들 수 있다"는 단계가 아니라 "전동화 시대의 대형 SUV도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다"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유럽에서의 의미도 작지 않다. 유럽은 친환경차 전환 속도가 빠른 동시에 상품 평가 기준이 까다로운 시장이다. 이곳에서 EV9이 최고의 7인승 전기 SUV로 선정됐다는 것은 단순한 인기보다 상품 구성의 완성도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유럽 소비자는 효율과 실용성, 안전, 공간 활용에 대한 눈높이가 높고, 브랜드 이미지보다 실제 사용가치를 더 촘촘하게 따지는 경향이 있다. EV9이 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대형 전기 SUV가 특정 지역 전용 상품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안전성 평가 결과도 같은 흐름 위에 놓인다. EV9은 미국 IIHS 충돌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TSP+를 획득했고, 유로 NCAP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았다. 대형 전기 SUV는 배터리 탑재 구조와 차체 중량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더 높다. 그만큼 좋은 안전 평가를 받아도 당연한 것으로 넘기기 쉽지만, 실제 소비자 설득 과정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특히 대형 SUV를 찾는 수요층일수록 가족 단위 사용 비중이 큰 만큼, 안전성은 성능 못지않게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결국 EV9의 최근 성과는 '상을 많이 받은 차'라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기아가 전동화 시장에서 어느 차급까지 경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EV6가 기아 전동화 전략의 출발점을 알린 모델이었다면, EV9은 그 전략의 외연을 넓히는 모델에 가깝다. 중형급 전기 SUV를 넘어 대형 3열 SUV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고,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그 과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더 넓게 보면 EV9은 기아 브랜드의 체급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맡고 있다. 대형 SUV는 단순히 판매량만으로 평가되는 차가 아니다. 브랜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어떤 기술과 상품 기획 역량을 갖췄는지를 보여주는 성격이 강하다. EV9이 북미와 유럽에서 받는 평가는 결국 기아 전동화 전략의 상징 모델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확보했느냐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그래서 EV9을 둘러싼 최근 성과는 수상 실적 정리로 끝낼 일이 아니다. 전동화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단계로 들어선 지금, EV9은 기아가 대형 SUV라는 까다로운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더 가깝다. 전기차 시장의 다음 경쟁이 단순한 보급 확대가 아니라 차급별 완성도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EV9의 존재감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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