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국제 유가 급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이 맞물리며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9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중동발 공급충격과 유가 상승의 파급효과를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며 “환율·유가 충격에 대응해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총력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해 중동 상황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동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 국내 영향과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국내 외환시장은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7원까지 상승하며 심리적 저지선인 1500원 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함께 유가 급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9원 오른 1505원에 개장했으며 전날 야간거래에서는 1507원을 돌파했다. 다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안정 조치 시행” 발언 이후 1499원대로 하락했다. 하나은행 고시 환율은 오전 11시 5분 기준 1499.7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과 괴리될 경우 적기에 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 연준 금리 동결…“유가 영향 예단 어렵다”
연준은 간밤 FOMC에서 정책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연준은 올해 금리 경로 전망도 기존과 같이 0.25%포인트 인하를 유지했지만,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됐다는 평가다. 이로써 한미 금리 차는 125bp(1bp=0.01%포인트, 1.25%p)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 기준금리는 2.5%, 미국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 3.75%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유가 상승과 공급충격의 파급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향후 금리 조정 여부는 물가 둔화 흐름과 충격의 지속성을 확인하면서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가 상승은 연료·물류비를 통해 물가 전반을 자극하고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실물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습 등으로 국제유가가 재차 상승한 가운데 FOMC 결과가 매파적으로 평가된다”면서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였으며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뜩이나 고유가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강달러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연준 정책과 환율 흐름을 자극한 핵심 변수는 결국 유가다.
◇ 유가 110달러 돌파…금리 변수에 뉴욕증시 하락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이란 최대 가스전 공격과 이란의 주변국 에너지 시설 반격으로 중동 긴장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5월물은 이날 배럴당 107.38달러로 전장 대비 3.8% 상승 마감했다. 이후 장외 거래에서 111달러대까지 오르며 상승폭을 확대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도 배럴당 96.32달러로 0.1% 상승했다.
브렌트유가 장중 110달러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9일 이후 9일 만이다. 중동 내 에너지 시설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가 겹치며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뉴욕증시는 연준의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유가 급등과 생산자물가 상승, 파월 의장의 신중한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1.63%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 지수도 각각 1%대 내림세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금리도 상승(2년물 +10bp, 10년물 +6bp)하며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 “최악까지 대비”…시장 안정 총력 대응
정부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환율·금리·주가·유가 등 주요 변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 가동해 시장 동향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10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 확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필요 시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조해 적기에 안정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외부 충격에도 견조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펀더멘털 강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대응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 체계를 점검·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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