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일본 계약서에 '폭력단' 등장 이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스타트업이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의 핵심 조항만큼이나 놓치지 않고 살펴보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른바 '보일러플레이트(Boilerplate) 조항' 계약서에 통상적으로 포함되는 일반 조항이다. 손해배상, 비밀유지, 계약의 양도 금지, 준거법, 분쟁해결 관할과 같은 조항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조항들은 계약의 핵심 사업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계약서에 공통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국가나 산업을 불문하고 그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해외 기업들과 체결하는 계약서를 검토해 보면, 언어나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이러한 일반 조항의 구성 자체는 한국 계약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일본 기업과 체결하는 계약서를 검토하다 보면, 한국 계약서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독특한 일반 조항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반사회적 세력의 배제'에 관한 조항이다. 필자 역시 일본 기업과의 계약서를 처음 검토했을 때에 계약서에 '폭력단'이나 '폭력단원'과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 일본 모회사로부터 전달받은 일문계약서를 참고해 일본회사의 한국 자회사와 다른 한국회사 간의 국문 계약서를 작성하던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수정 의견을 전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 측 담당자로부터 "한국에는 이런 조항이 없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은 경험도 있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이 조항이 매우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조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조항의 핵심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계약 당사자 및 그 계열회사가 현재뿐 아니라 장래에 있어서도 폭력단, 폭력단원, 폭력단에서 탈퇴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 폭력단 관련 기업 등 이른바 '반사회적 세력'에 의해 지배되거나 실질적으로 관여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력에게 자금을 제공하거나 편의를 제공하는 등 어떠한 방식으로도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 만약 이러한 보증 내용에 반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한국의 계약 실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계약서에 '폭력단'이라는 표현이 직접 등장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러한 반사회적 세력 배제 조항이 기업 간 계약뿐만 아니라 금융거래나 각종 서비스 이용약관에도 널리 포함될 정도로 일반적인 조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일본의 사회적 배경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른바 '야쿠자(조직폭력단)'라고 불리는 세력이 경제 활동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면서 기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이 오랫동안 사회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기업들을 중심으로 반사회적 세력과의 관계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됐고, 그 결과 기업 간의 계약에서도 반사회적 세력과 관계가 없음을 서로 확인하는 조항이 널리 일반 조항으로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들이 일본 시장 진출이나 일본 기업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계약서의 문구만을 형식적으로 검토하기보다는, 해당 국가의 법적 환경과 사회적 배경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계약서에 등장하는 반사회적 세력 배제 조항 역시 그러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 기업과 협업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이러한 문화적·제도적 차이를 이해하고 계약서를 검토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장현지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와세다대학교 국제교양학부 졸업 / 옥스퍼드 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 졸업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前) 대림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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