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GM 노사가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종료를 둘러싼 갈등 끝에 10일 합의문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정리된 모습이지만 같은 결과를 두고 노조와 회사가 내놓은 해석에는 적지 않은 온도 차가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 계획을 일부 막아낸 결과로 평가했고, 한국GM은 서비스 체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재편 과정으로 설명했다.
합의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결과보다 양측이 이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직영 서비스센터는 단순한 정비 거점 이상의 상징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조에게 직영 서비스센터는 제조사가 고객서비스를 직접 책임지는 구조이자 고용안정과 한국 사업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였다. 반면 한국GM은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 운영 방식을 효율화하고 기술 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문제를 바라본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출발점은 지난 2025년 임금교섭 과정이었다. 당시 한국GM은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방침을 노조에 통보했고,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임금협상에서 직영 서비스센터 문제를 재검토하기 위한 노사 TF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상황은 일단 정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GM이 전국 9개 직영정비센터 폐쇄 방침을 다시 통보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노조는 이를 기존 합의와 배치되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철야 농성과 기자회견, 산업은행 앞 집회 등을 이어갔다.

노조가 강하게 대응한 배경에는 직영 서비스센터 문제를 한국GM 사업 축소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GM지부 입장문에서도 군산공장과 부평2공장 폐쇄, 물류 거점 정리, 유휴 부지 매각, 연구개발 법인 분리 등 과거 사업 재편 사례가 함께 언급됐다.
노조는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문제를 개별 사안이 아니라 그동안 이어진 구조 변화의 또 다른 단계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이번 합의에 도달했음에도 노조 입장문에서 "투쟁 일단락"이라는 표현과 함께 "GM의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은 계속된다"는 문장이 함께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GM 설명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한국GM은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종료와 관련한 의견 차이를 해소했다"고 밝히며 앞으로의 방향을 서비스센터 체제 재정립으로 표현했다.
합의에 따라 기존 직영 서비스센터 9곳 가운데 대전·전주·창원 3개 거점은 유지되지만 '정비서비스기술센터'로 명칭이 바뀐다. 인천 부평 하이테크센터는 확대 운영된다. 한국GM은 이 조직들이 고난도 진단과 첨단 기술 차량 대응,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 기술 지원 등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380여개 서비스 네트워크의 기술 지원 거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합의 내용을 종합하면 노조와 한국GM의 설명은 각각 일정 부분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가 기존 형태로 유지된 것은 아니며, 일부 거점은 기능이 바뀌거나 운영이 종료된다. 그 점에서 노조가 모든 직영 정비 거점을 지켜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노조 역시 입장문에서 "전국 9곳의 직영 정비를 온전히 유지하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내부 비판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로 한국GM 설명처럼 단순한 조직 명칭 변경만 이뤄진 것도 아니다. 일부 인력은 다른 직무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며, 기존 직영 정비 체계 역시 규모와 성격이 달라진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이번 합의는 전면 폐쇄 계획이 일부 조정되고 직영 서비스센터 기능이 기술 지원 중심으로 재편되는 절충안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변화의 핵심은 남은 거점의 숫자보다 직영 서비스센터의 역할 변화에 있다. 기존 직영 서비스센터는 제조사가 직접 고객 접점에서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였다. 앞으로 유지되는 조직은 고난도 진단과 첨단 차량 기술 지원 등 기술 거점 성격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향은 완성차업계의 애프터서비스 운영 방식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광범위한 직영 서비스망을 유지하는 구조는 비용부담이 크다. 특히 내수판매 비중이 크지 않은 법인의 경우 직영망을 확대 유지하기보다 민간 서비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GM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를 오래 유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직영 정비망은 수익성보다는 브랜드 신뢰와 제조사 책임을 상징하는 영역에 가까운 측면이 있었다. 한국GM이 이번 합의를 서비스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 관점에서 설명한 배경에도 이런 사업 구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조는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한국 사업 축소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한국GM은 그동안 국내 생산 거점과 조직 규모를 여러 차례 조정해 왔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서 직영 서비스센터 문제 역시 단순한 운영 방식 변화보다 더 큰 흐름 속에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

노조가 입장문에서 소비자 안전과 제조사 책임,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함께 언급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갈등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외부 연대의 범위다. 노조는 시민사회와 소비자 단체, 정비 사업자 연합, 국회의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이 함께했다고 강조했다. 직영 서비스센터 문제를 노동 현장의 갈등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서비스망 축소 문제는 소비자 서비스 접근성이나 제조사 책임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GM을 둘러싼 논쟁이 공장 내부 노사 갈등을 넘어 지역경제와 산업 정책 문제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다시 언급되는 시점이 2028년이다. 노조는 산업은행과 GM 사이에 맺어진 10년 협약 종료 시점을 향후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 시점은 한국GM의 중장기 사업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GM은 글로벌 사업 재편 과정에서 수익성이 낮은 지역의 사업 구조를 조정해 온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GM 역시 이런 글로벌 전략 속에서 위치가 계속 재조정돼 왔다. 당장 철수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노조가 직영 서비스센터 문제에 강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이런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GM도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보인다. 이번 입장문에서 서비스 체계 개편 설명과 함께 멀티 브랜드 전략,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 한국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 등을 함께 강조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갈등을 일단 정리했지만 한국GM의 사업 구조와 역할을 둘러싼 논쟁까지 끝낸 것은 아니다. 노조는 전면 폐쇄를 막아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고, 한국GM은 서비스 체계 재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직영 서비스센터 문제는 봉합됐지만 남은 과제는 적지 않다. 전환 배치 인력의 고용안정 문제, 남은 거점의 역할 변화,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시장 평가 등에 따라 이번 합의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 한국GM의 국내 사업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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