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열풍에 영월도 ‘북적’

시사위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단종 유배지’ 영월 청령포(사진)를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단종 유배지’ 영월 청령포(사진)를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시사위크|영월=권정두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지난 6일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인구 3만5,000여명의 영월군에 모처럼 활기가 넘치고 있다. 영화의 핵심 배경인 청령포 등 주인공 단종의 흔적을 찾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영화’에 등극한 뒤 첫 주말이었던 지난 8일에도 청령포는 관광객들의 끊이지 않는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 ‘왕과 사는 남자’ 흥행에 ‘단종 유배지’ 영월 ‘북적’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 2월 4일 개봉해 31일째인 지난 6일 ‘천만관객’을 돌파했다. 흥행 성공의 ‘훈장’과도 같은 ‘천만영화’에 역대 34번째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왕과 사는 남자’ 열풍은 극장가 뿐 아니라 인구 3만5,000여명의 작은 지방도시인 강원도 영월군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영화를 관람하고 감동을 받은 많은 이들이 단종의 흔적을 찾아 영월을 찾으면서다. ‘단종 유배지’로 널리 알려진 영월엔 ‘왕과 사는 남자’의 핵심 배경인 청령포를 비롯해 장릉(단종의 능), 관풍헌 등 단종 관련 역사 유적이 많은 곳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관객’을 돌파한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8일, 청령포 주차장이 방문객들의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 권정두 기자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관객’을 돌파한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8일, 청령포 주차장이 방문객들의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 권정두 기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이른 오전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은 청령포 주차장의 모습.  / 권정두 기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이른 오전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은 청령포 주차장의 모습.  / 권정두 기자
낮시간대로 갈수록 방문객들이 더 늘어나며 청령포 인근 도로변까지 주차된 차량이 늘어섰다. / 권정두 기자
낮시간대로 갈수록 방문객들이 더 늘어나며 청령포 인근 도로변까지 주차된 차량이 늘어섰다. / 권정두 기자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영화’에 등극한 뒤 첫 주말이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8일에도 청령포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다소 쌀쌀한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이른 오전부터 주차장은 대부분 채워졌고, 인접한 도로 한쪽으로도 주차한 차들이 늘어선 모습이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그나마 토요일이었던 전날에 비하면 한산한 편이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릴 땐 주차장이 꽉 차 인근 다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고, 매표소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배를 타고 청령포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청령포에서 관광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단종과 정순왕후의 동상 ‘천상재회’다. 많은 관광객들이 영화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듯 애틋한 표정으로 연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청령포는 배 2척이 오가며 방문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는 배 2척이 오가며 방문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 권정두 기자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날이면 주차와 매표를 하고 배를 타서 청령포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 권정두 기자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날이면 주차와 매표를 하고 배를 타서 청령포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 권정두 기자

단종과 정순왕후의 동상을 뒤로하고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자 청령포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역사적 배경을 알기에 무언가 씁쓸함과 슬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청령포를 휘감아 흐르는 투명한 동강과 그 뒤로 우뚝 선 육육봉은 자연이 빚은 작품이었지만, 그것은 단종을 가두는 감옥 역할을 했다. 아름답고도 고독한 묘한 느낌과 함께 자연스레 단종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되는 풍경이었다.

한편으론, 30m 남짓의 강을 쉼 없이 오가는 작은 배 2척과 청령포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고독한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그 시절, 고초로 가득했던 1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눈을 감은 단종은 알았을까. 570년이 지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그를 기억하고 슬픔을 나눌 것이란 걸.

청령포를 찾은 관광객들이 배에 탑승하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를 찾은 관광객들이 배에 탑승하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를 오가는 배는 40여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소요시간은 1~2분 가량이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를 오가는 배는 40여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소요시간은 1~2분 가량이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이들을 실어나르는 배도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이들을 실어나르는 배도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 권정두 기자
배를 타고 청령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돌탑들. / 권정두 기자
배를 타고 청령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돌탑들. / 권정두 기자
배에서 내려 비포장 길을 조금 걸어가면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 권정두 기자
배에서 내려 비포장 길을 조금 걸어가면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 권정두 기자

40여명이 탑승하는 배는 탑승시간이 체감 상 1~2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청령포로 진입하는 느낌을 한층 더 신비롭게 해줬다. 바닥이 보일 만큼 투명한 강물도 인상적이었다. 배에서 내려 청령포에 발을 내딛자 돌과 자갈로 이뤄진 너른 강변 곳곳에 세워진 돌탑들이 눈길을 끌었다.

단종도 걸었을 길을 따라 가니 이내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듯한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 압도적인 풍경에 관광객들 사이에선 ‘와~’하는 탄성이 자연스레 터져 나왔다. 이곳은 산림청에서 주관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004년 ‘천년의 숲’ 부문을 수상한 곳이기도 하다.

청령포의 울창한 숲은 관광객들을 압도한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의 울창한 숲은 관광객들을 압도한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는 산림청에서 주관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004년 ‘천년의 숲’ 부문을 수상한 곳이기도 하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는 산림청에서 주관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004년 ‘천년의 숲’ 부문을 수상한 곳이기도 하다. / 권정두 기자
단종어소 건물 중 초가집. / 권정두 기자
단종어소 건물 중 초가집. / 권정두 기자
단종이 유배 당시 머물렀던 거처를 복원한 곳으로, 궁궐의 화려함이나 웅장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 권정두 기자
단종이 유배 당시 머물렀던 거처를 복원한 곳으로, 궁궐의 화려함이나 웅장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 단종어소는 주변의 울창한 숲과 어울려 특유의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 단종어소는 주변의 울창한 숲과 어울려 특유의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를 찾은 관광객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를 찾은 관광객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 문화해설사가 많은 관광객들에게 금표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권정두 기자
청령포 문화해설사가 많은 관광객들에게 금표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권정두 기자

빽빽한 숲에 홀려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소박한 건물 두 채로 이뤄진 단종어소(단종이 유배 시기 거처했던 집)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단종의 거처는 무채색이 그의 삶을 역력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서울의 궁궐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함과 웅장함은 전혀 없었고, 한때 그런 궁궐의 주인이자 왕이었던 이의 거처라기엔 초라하기만 했다. 

한쪽에선 관광객들이 문화해설사를 빙 둘러싸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대부분 영화를 보고 온 관광객인 만큼,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더욱 흥미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단종어소를 둘러보며 나누는 한 가족의 대화는 웃음을 짓게 했다. 아빠가 “왕이었던 사람이 이런 곳에 살면 얼마나 속상하고 외로웠겠니”라고 말하자 어린 딸아이는 “아빠, 난 여기가 너무 좋은데? 우리 집이면 좋겠어”라고 답했다. 단종이 왕위에 올랐을 무렵과 또래인 아이의 천진난만함이었다.

단종이 걸터앉아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관음송. 주변에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위용을 자랑한다. / 권정두 기자
단종이 걸터앉아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관음송. 주변에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위용을 자랑한다. / 권정두 기자
단종이 해질 무렵 올라 한양 쪽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에서 바라본 풍경. / 권정두 기자
단종이 해질 무렵 올라 한양 쪽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에서 바라본 풍경. / 권정두 기자
청령포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청령포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권정두 기자

단종어소에 이어 또 한 번 관광객들의 탄성을 이끌어내는 건 관음송이다. 관음송은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지켜왔다는 의미의 ‘볼 관(觀)’과 단종의 슬픈 말소리를 들었다는 의미의 ‘들을 음(音)’에서 따 온 이름이다. 단종이 둘로 갈라진 관음송에 걸터앉아 시간을 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관음송은 주변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에 비해 압도적인 크기로 역사의 산증인임을 입증하고 있다.

단종이 해질 무렵 올라 한양 쪽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던 곳으로 알려지는 노산대와 노산대에 오르며 만나게 되는 망향탑도 관광객들이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이렇게 청령포 일대를 둘러본 뒤 다시 배를 타고 나오는 길, 관광객들의 발길은 더 늘어난 상태였다.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도로 한쪽에 주차된 차량의 행렬도 더 길어져있었다.

영월을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인구 3만5,000여명의 작은 도시에 모처럼 활기가 넘치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영월을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인구 3만5,000여명의 작은 도시에 모처럼 활기가 넘치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영월군청은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안내 및 관리를 강화하고, 임시주차장도 마련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영월군청은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안내 및 관리를 강화하고, 임시주차장도 마련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 권정두 기자
영월에 불어든 ‘단종 효과’는 다음달 열릴 예정인 ‘단종문화제’ 등으로 이어지며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 권정두 기자
영월에 불어든 ‘단종 효과’는 다음달 열릴 예정인 ‘단종문화제’ 등으로 이어지며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 권정두 기자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관광 수요가 급증한 것은 청령포 등 관광지 일대는 물론 영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청령포 매표소 인근엔 혼잡 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안내가 있었고, 영월 주요 도로엔 청령포로 향하는 우회도로 안내도 있었다. 장릉 역시 주차장이 가득 차 있었고, 청령포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이자 영월의 대표 시장인 서부시장도 관광 비수기 일요일치고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은 모습이었다.

이처럼 관광객 방문이 급증하자 영월군청은 주차 편의를 제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오는 5월 10일까지 영월시외버스터미널이 대형버스 주차장(동시 최대 5대, 2시간 이내)으로 개방되고, 오는 14일부터 5월말까지 시내 유료 주차장인 농협은행 영월군지부 주차장이 주말과 공휴일에 무료(1시간 30분) 개방된다.

조용하고 한산했던 영월에 불어든 ‘단종 효과’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관객’ 돌파 이후에도 흥행가도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데다, 오는 4월 말엔 영월 지역 대표 축제 ‘단종문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관광 수요 증가는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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