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은 가치주인데…" 한국 증시 '대형주 쏠림'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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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 자금이 고평가된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가치주로 이동하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는 반도체 중심의 대형주 쏠림 속에 고평가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승 동력이 일부 종목에 집중된 구조가 이어질 경우 조정 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 이른바 '버핏 지수(Buffett Index)'는 211%로 세계 3위 수준까지 상승했다. 대만(412%), 미국(228%)에 이어 상위권이며, 세계 평균(12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버핏 지수는 한 나라 주식시장 전체 규모가 경제 규모에 비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100%를 크게 웃돌면 시장이 비싸게 평가받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글로벌은 멀티플 낮추는 국면…성장주 부담 완화

글로벌 자금 흐름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글로벌 성장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8.5배에서 24.3배로 낮아졌다.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반면 가치주의 PER은 15.2배에서 16.1배로 오히려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월가의 자금 흐름도 유사하다. 최근 금융주 상장지수펀드(ETF), 동일가중 ETF, 건설자재·항공 등 금리 인하 수혜 업종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특정 빅테크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위험을 분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역시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냈음에도 12개월 선행 PER은 21.7배까지 낮아지며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적은 견조하지만 주가 상승 속도가 둔화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는 국면이다.

◆ 반도체 실적이 만든 '저평가 착시'

반면 한국 증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지수 상승을 강하게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합산 순이익 전망치는 272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코스피200 전체 순이익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443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향으로 올해 코스피200 예상 PER은 10.7배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PER이 낮을수록 주가가 이익 대비 저렴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숫자만 보면 시장이 상대적으로 싸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기업의 이익 급증 효과가 크게 반영된 결과다. 특정 업종이 지수 전체 이익을 끌어올리면서 시장 전반이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까지 상승했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80배로 역사적 고점에 근접했다. 이는 기업 가치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음을 시사한다. 유동성까지 더해지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가스·은행 등 일부 업종만이 시장 평균 대비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전력기기의 2026년 PER은 39.9배까지 제시됐고, 방산·제약바이오 등 일부 업종 역시 높은 밸류에이션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도 12개월 선행 PER이 14.1배까지 상승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로봇 테마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수급 구조 역시 쏠림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가 글로벌 ETF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69%에 달한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오를수록 한국 시장 비중이 자동 확대되는 구조다. 다만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은 136억9000만달러(약 19조8000억원)를 순매도하며 비중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 기대 선반영 국면…조정 시 충격 확대 우려

글로벌 시장이 고평가 부담을 낮추며 위험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안, 한국 증시는 반도체와 일부 대형 성장주에 대한 기대에 의존한 상승 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자금 흐름과 다른 결의 움직임이다.

문제는 상승 동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지수는 오르고 있지만 이를 이끄는 종목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특정 업종의 실적 기대가 흔들릴 경우 지수 변동성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상승 폭이 컸던 만큼 조정 시 충격도 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반도체 이익 개선이 지수 전체의 저평가 인식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관건은 실적이 현재의 높은 기대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다. 특정 대형주에 집중된 구조가 완화되거나 추가적인 이익 개선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은 고평가 종목 비중을 줄이며 위험을 분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일부 대형주에 대한 기대가 집중된 구조"라며 "상승 동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조정 시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가 지수를 지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업종 간 균형 회복과 이익의 확산 여부가 시장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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